한국일보

예수성탄 대축일 메시지

2002-12-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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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성탄 대축일 메시지

성탄의 계절입니다. 파티와 선물이 풍성함을 넘어 난무하며, 고마운 마음의 전달이 부담감으로 변하기 쉬운 때입니다.
소외되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손길이 유독 많아지지만, 평소에 안 하던 일을 몰아서 하는 우리네의 알량함을 보면 오히려 씁쓸해지기도 하는 때입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행동이나 선물은 마음속의 빈 공간을 진정으로 채우지 못합니다.
성경의 마지막 책인 요한계시록 3장20절에는 아주 애처로운 예수님의 모습 하나가 나옵니다.
“내가 문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로 더불어 먹고 그는 나로 더불어 먹으리라.” 잔치가 벌어진 집밖에서 그것도 아주 추운 밤중에 예수님께서 문 좀 열어달라고 사정없이 문을 두드리지만, 큰 소리로 음악을 틀었는지, 자기들끼리 즐기는 농담이 즐거웠는지 도무지 예수님의 소리를 듣지 못합니다.
이 구절을 읽는 우리에게는 자연스럽게 동정심이 우러납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착한 사람의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애처롭습니다.
도울 수만 있다면, 돕고 싶은 것이 보통 사람이 갖는 마음인데, 우리 주님이 그런 푸대접을 받다니 너무나 애처롭습니다.
성탄절을 중심으로 많은 모임이 있습니다. 우리가 참여하는 각종 모임 중에 우리 주님이 이런 모습으로 소외되고 있지는 않는지요? 그런 우리를 향한 예수님의 안타까움이 이런 것이 않을까 조바심을 감추지 못하며 생각해 봅니다.
구약에서 멀리 계시던 하나님이 자기 백성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오신 때가 있었습니다.
애굽에서 나와 광야를 떠돌던 시절 이스라엘 백성에게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주실 때입니다.
하나님의 모습은 너무 장엄합니다.
인생들이 감히 가까이 할 수 없는 엄청나게 크신 하나님은 인생들이 준엄하게 명령하시기를, 당신께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려면 최선을 다해 성결케 되라고 하십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 후에도 보통의 인생들은 감히 하나님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성경의 맨 마지막 책에서 나오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아주 애처롭게 우리의 반응을 기다리시는 약한(?) 분이 되셨습니다.
그토록 준엄하시던 하나님 모습이 왜 이토록 애처로운 모습으로 바뀌었을까요?
사랑 때문입니다. 사랑 때문에 약해지신 하나님이 바로 성탄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예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에 미꾸라지 같은 나에게 다가오시려고 창조주로서의 자존심을 내어버리신 것입니다.
이웃을 향한 마음을 가로막는 쓸데없는 자존심이 무너지고, 촉촉한 사랑으로 교감하는 성탄절이 되길 기원합니다.
한규삼 목사 <나성한인장로교회 담임>

“용서·화해 넘치는 세상만들자”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루가 2,14)
사랑하는 미주 동포 여러분,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의 성탄절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축복이 동포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풍성히 내리시기를 기도 드립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오셨지만 세상 사람들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요한 1,10).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처음 맞이한 사람들은 베들레헴 근처에서 동터오는 새벽을 기다리며 밤새 양떼를 지키던 가난한 목동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성탄은 모든 사람에게, 특별히 보잘것없는 이들에게 내리신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올해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예수님의 성탄을 기리며 기쁨의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여전히 가난한 자 억눌린 자 고통받는 자들의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종교적·인종적 갈등과 전쟁의 위협 속에서 불안과 공포의 나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힘있는 나라는 약한 나라를, 가진 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있습니다. 9·11테러사건 이후에는 전쟁과 폭력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의 조국 한반도에도 긴장과 불안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상에 구세주가 오시면 “마구 짓밟던 군화, 피투성이 된 군복은 불에 타 사라질 것입니다(이사9.4)”라는 말씀처럼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세상을 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이 세상에 평화를 가져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권세 있는 자들을 그 자리에서 내치시고 보잘것없는 이들을 높이시기”(루가1,51-52)위해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묶인 이들에게 해방을 알리며, 눈먼 이들을 보게 하고 억눌린 이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하여”(루가 4,18) 오셨습니다. 죄망 절망에 빠진 세상, 불신과 반목, 대립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 그래서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어느 때보다 아쉽고 그리운 이 때 주님은 평화의 왕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성탄과 함께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는 지난해의 어두운 마음들을 씻어 버리고 밝고 희망찬 마음으로 새 날을 맞을 시간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진정한 평화가 온 누리에 충만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하느님 보시기에 더 좋은 세상, 사랑과 평화, 용서와 화해가 넘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의무입니다.
특별히 어느 민족보다 정이 많은 우리 동포들이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따라서 전쟁보다는 평화를 추구하는 삶, 반목보다는 서로 화해하는 삶, 그리고 서로 나누고 섬기는 삶을 살아간다면 새해에는 평화와 행복이 가득한 한해가 될 것입니다.
예수 성탄과 밝아오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시 한번, 우리 인류의 구원을 위해 하느님이시면서 가장 비천한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께서 동포 여러분과 모든 인류에게 평화와 화해와 사랑이 넘쳐흐르기를 간절히 기도 드립니다. 아멘.

박병준 신부 <남가주 가톨릭사제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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