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담 결핍증 사랑 불감증

2002-12-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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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집사님 한 분이 차 키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이렇다할 설명도 없이 방을 나간다. 뒤돌아서 나가려는 집사님을 불러 세워 이 키가 뭐냐고 물으니, 자기가 타고 다니던 미니밴 차 키인데 이번에 교회 장애인 사역을 위해 기증하기로 아내와 결정했다고 간단히 말하고 마음 변하기 전에(?) 빨리 방을 나서려고 한다며 너털웃음을 웃으며 방을 나섰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집사님 부부는 이번 연말에 중고차 시세로 따져 8천달러 정도 되는 미니밴으로 다운페이하고 좀 고급 승용차로 바꾸려하다가 마음을 바꿔 미니밴을 교회에 기증했고, 대신 차종을 한 단계 낮춰 구입하니 결국 페이먼트 부담은 거의 같아졌다고 한다.
어떤 구역에서는 지난 한해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자신의 구역식구를 매일 당번을 정해 교대로 방문하면서 용변청소, 음식 먹여주는 일등을 꾸준히 감당해 왔다는 소식을 듣고 참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
가족들까지도 외면하고 있던 그 구역원을 구역식구들이 친 가족보다 더욱 진한 사랑을 가지고 1년동안을 그렇게 보살피고 위로해 주었던 것이었다. 그 결과 그 구역원의 가족과 친척들까지 이런 구역식구들의 헌신적인 사랑과 보살핌에 감동 받아 불신의 길을 걷다가 얼마전부터 모두 교회에 출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올해는 연말 연시를 지나면서 유난히 교회안에서 마음을 따듯하게 감동시켜주는 미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우연히 알게된 미담들 뿐 아니라, 알게 모르게 그렇게 이웃을 위해 헌신하고, 사랑을 베푸는 아름다운 마음들이 주변에 많이 있는 것을 느끼면서 누가 뭐라 해도 교회는 주님의 몸이고, 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곳, 그런 마음들이 모여 미담들을 만들어 나가는 구별된 장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교회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세상은 미담 결핍증, 사랑 불감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끔씩 뉴스를 통해 접하는 세상의 소식은 온통 폭력과 사건, 사고, 테러의 위협 그리고 전쟁의 기운이 감도는 중동, 북한의 핵무기 개발 소식, 한국의 반미감정 증폭 소식등등...그 어느 소식에서도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주는 미담이라고는 찾아보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미담 결핍증은 결국 메마른 정서, 강퍅한 마음, 사랑의 불감증을 낳게되는 것이다.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의 직분을 감당한다는 것은 결국 믿는 사람들이 교회안과 밖에서 더욱 많은 미담들을 만들어 세상 사람들의 메마른 정서를 적셔주고, 강퍅해진 마음을 녹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2002년도 연말 연시에는, 더러 교회를 향해 비난과 비판의 손가락질하고 있는 세상 사람들에게까지도 이렇게 교회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많은 미담들이 빛처럼 소금처럼 뿌려지기를 간절하게 기도해본다.

백 승 환
(주님의영광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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