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철 주필의 테마여행 와인 마시는 법

2003-06-16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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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이죠?”
“와인은 왜 눕혀서 보관해야 합니까”
“와인은 얼음에 담궈 마시는 겁니까, 그냥 마시는 겁니까”
“식당에서 시음할 때 싫으면 바꿔 달라고 할 수 있나요?”
와인에 관한 질문은 끝이 없다. 어떤 와인이 좋은 와인인가. 정답은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다.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비싼 와인은 대부분 드라이해 시거나 쓴맛이 나기 때문에 초보자에게는 오히려 맛없게 느껴질 수가 있다. 초보자는 약간 단맛이 있는 리즐링 종류의 화이트 와인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와인에서 ‘드라이’ 하다는 말은 백포도주의 경우 신맛을, 적포도주는 쓴맛(혹은 텁텁한 맛)을 의미한다. 이 맛을 음미하려면 좀 경력이 붙어야 한다. 이밖에도 와인은 사과, 앵두, 바닐라, 오렌지, 살구, 스트로베리, 초콜렛, 체리, 장미향기 등 수십가지의 맛과 향기를 풍기기 때문에 A가 좋아하는 와인은 B가 싫어하고 B가 좋아하는 것은 A가 싫어할 수도 있다. 그래서 자기 입맛에 맞는 와인이 좋은 와인이라는 이야기다. 보통 손님을 초청했을 때 식탁에 내놓는 와인은 15달러 이상이면 바람직하고 5달러짜리 싸구려를 내놓으면 손님이 “나를 이정도 밖에 취급 안하나?” 하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조심해야 한다.
처음에는 와인을 계속 바꾸어 먹어 보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내입에 맞는 와인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 와인을 발견하면 잘 외워 놨다가 식당에서 웨이터가 무슨 와인 먹겠느냐고 물어오면 줄줄 외우면 된다. 와인에 RESERVE란 단어가 붙은 것은 굉장히 비싸니까 조심해야 한다.
와인을 세워서 보관하면 코르크가 마르기 때문에 공백이 생겨 병속에 공기가 들어가 변질될 위험이 있다. 그래서 눕혀서 보관하며, 햇빛이 비치면 화학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어두운 곳에 놓아 둔다. 와인병에 색깔이 있는 것도 햇빛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화이트와인은 차게 해서 먹지만 레드와인은 냉장고나 얼음통에 넣으면 안된다. 너무 차면 레드와인의 독특한 향기가 없어져 버린다. 식당에서 시음할 때 자기 입맛에 안맞는다고 바꿔 달라 할 수는 없다. 와인이 상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와인잔이 넓은 것은 흔들어 향기를 냄새맡기 위한 것이고 받침대를 잡고 마시는 이유는 잔에 손바닥이 닿으면 온도 변화로 와인 맛이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레드와인은 흑포도를 껍질채 숙성 시킨 것이고 화이트와인은 청포도를 껍질벗겨 만든 것이다.
와인을 집에서 혼자 즐기는 경우 조금씩 일주일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는데 와인은 코르크를 딴 후 하루는 몰라도 이틀 이상 지나면 제맛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캐버네 쇼비뇽이니 샤도네니 하는 것은 포도 이름이라는 사실이다. 레드와인에는 캐버네 쇼비뇽, 멀로(메를로), 피노느와르, 진판델 등이 있으며 화이트와인에는 샤도네, 리즐링, 피노블랑 등이 있다. 다음에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무슨 와인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면 된다.
“캐버네 쇼비뇽, 몬다비(상표이름), 나파밸리(포도산지), 97(97년에 재배된 포도라는 뜻)”
여기에다 “리저브”(RESERVE)라는 발음을 첨가하면 포도주 한병에 200달러 정도 낼 각오를 해야 한다. 와인이야기는 밤을 새도 모자란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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