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도님 얼굴을 보니 하나님을 뵌듯 합니다

2002-1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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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아침에 뉴욕에 있는 연합감리교회 선교국 총무의 주관으로 열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주일 밤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다른 여행과는 달리 이번에는 우리 집 다섯 식구 모두가 동행하는 여행이었고, 거의 4년 만에 가족들과 함께 동부를 방문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이 시작된 곳이며, 세 아이 모두 태어난 곳이기에 함께 가고팠던 곳이었습니다.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아이들이었지만, 밤 비행기에 오르더니 피곤했던지 금방 잠에 빠지더군요. 새벽에 뉴왁 공항에 도착한 우리들은 뉴저지에 계시는 외삼촌 집에 짐을 풀고, 저는 뉴욕 선교국으로 향했습니다.
랜디 뉴전트 총무와 함께 한인 연합감리교회의 선교 사역에 대한 현황과 앞으로 선교국과 한인 교회가 어떻게 하면 손을 잡고 함께 일할 수 있는가의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물론 친구 목사들을 만나 수다 떨며 그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 푸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더욱 좋았던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뉴저지에서 살던 집들을 방문한 것이었습니다. 미국 교회 부목사로 목회를 시작했던 Wyckoff 교회 옆에 있는 주택에서 시작하여, Midland Park 그리고 Emerson에 있는 집들을 찾아 다니며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특별히 아이들이 태어났던 병원 앞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포즈를 취한 모습을 사진에 담으면서는 세월이 많이 흘렀음을 피부로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큰 딸 아이는 그레이스 교회에서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자기 또래의 옛 친구들을 만나 기저귀 클럽을 만들었다고 좋아하더군요. 둘째 딸아이는 이번에 뉴저지에 가면 눈 내리는 것을 꼭 보고 싶다고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기도를 응답해 주셔서 강아지처럼 나가 뛰어 놀며 눈싸움을 하며 좋아했답니다.
주일에는 이곳 글렌데일에 오기 전에 섬기던 그레이스 교회에서 설교를 했습니다. 제가 개척하고 14년 동안 섬기던 교회였기에 우리 가족들에게는 기대되는 방문이었습니다. 14년 동안 섰던 강단에 다시 선다는 것이 제 마음을 설레이게도 했지만, 4년만에 옛 목사의 설교를 듣는 교인들의 마음도 제 마음 못지 않은 것 같더군요. 강단에 올라서 보니 대부분의 교인들이 지금도 같은 위치에 앉아 예배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별로 변하지 않았다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딸이 시집을 가서 아기를 낳아 40대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교우도 있었습니다.
과연 나를 바라보는 교우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는지 궁금하지만 낸들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서로의 모습 속에서 예전보다는 더 성숙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습니다. 이 날도 제가 섬기는 교회에서 하는 방식으로 성도님의 얼굴을 보니 하나님의 얼굴을 본 듯 합니다 라는 인사말을 가르쳐 드리고 또한 함께 나누면서 서로의 모습 속에서 잃어버린 하나님의 형상을 되찾고자 하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짐해 보았습니다.

이 성 현
(글렌데일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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