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낭만과 담을 쌓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젊은 날 한 번쯤은 하는 약속이 있다 “첫 눈 오는 날, 비원 앞 찻집에서 만나자.” 눈이 오면 기뻐 폴짝폴짝 뛰는 것이 어디 강아지뿐일까. 하얀 눈처럼 깨끗한 동심의 소유자들에게 겨울이라는 계절이 만들어내는 이 자연현상은 신비로 가득하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은가루를 두 팔로 껴안는 그들은 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지바고와 라라, 올리버와 제니가 된다.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처럼 눈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지난 주말 밸리 지역의 한센 댐 스포츠 센터(Hansen Dam Sports Center)에서는 겨울의 향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Annual Snow Day Extravaganza’ 행사가 마련됐다.
한국에서 겨울 날 밤사이에 내린 눈의 결정을 들어다보며 그 아름다움에 눈을 떴던 백희준(35·주부)씨는 두 아들 승진(4)이와 승민(2)이에게도 겨울의 신비를 알려주고 싶다.
눈을 보러 간다는 말에 가슴이 설레는 승진이와 승민이는 모자와 목도리, 장갑과 부츠로 중무장을 한 채 엄마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는다. 겨울 환상의 나라(Winter Wonderland)는 이 무렵 늘 공연되는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인형처럼 동화적 요소들로 가득해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동심으로 되돌아가 추억에 젖어볼 수 있는 곳이다.
태양 빛이 눈부신 오후 반바지를 입고도 땀이 나는 날씨에 어디서 가져왔는지 진짜 눈 언덕과 놀이터가 눈앞에 펼쳐진다. 마운틴 볼디나 빅베어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어린이들은 이 자리에서 생전 처음으로 눈을 만져보는 놀라운 경험들을 하는 셈.
아직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승민이 역시 처음으로 눈을 보고 만지며 벌어진 입이 닫히질 않는다. 고 조막만 한 손으로 눈을 뭉쳐 던지며 깔깔거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은 있는 그대로가 행복이다.
경사진 땅에 눈을 깔아 놓으니 무얼 탄들 재밌지 않을까. 튜브에 몸을 눕히고서 타 내려가니 기가 막힌 썰매가 된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 20-30분은 족히 서있으면서도 지루한 표정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공원에서는 또한 바운서를 준비해 어린이와 어른들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어린이들은 Childrun Museum of LA의 스태프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빙판 한 가운데 자리를 떡 지키고 있는 산타할아버지는 인기 만점. 백희준씨는 승진이와 승민이를 산타 앞으로 데려가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두 아들이 올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원하는지 살짝 엿듣는다. 승진이는 파워 레인저를, 그리고 승민이는 스파이더맨을 갖고 싶단다.
남가주 곳곳에서는 성탄을 전후로 겨울 환상의 나라를 마련하고 있다. 환상의 나라에서 어린이들은 요정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숲 속에서 하얀 눈을 만지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산타클로스와 산타 할머니, 그리고 눈 나라의 왕과 왕비와의 만남은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될까. 북극으로 가는 캔디 익스프레스 기차에 몸을 싣고 달리며 신나는 북극 여행도 떠나보자.
■ ＬＡ인근 「겨울 놀이터」
▲Grant Howald Park의 Winter Wonderland: 무려 30톤 이상의 눈이 투입된 이 행사에는 공작품 만들기, 카니발 게임, 산타와 함께 하는 눈사람 만들기 대회 등 다양한 순서가 마련된다. 12월 8일 오전 10시-오후 1시. 행사는 무료. Corona del Mar의 Iris와 5 Ave. 코너.
문의 전화 (949) 644-3151
▲Verizon Wireless Amphitheater의 Twinkle Towne: 버라이존 와이어리스 원형극장이 아이스케이팅, 카니발 라이드, 캐롤 부르는 사람들, 반짝이는 성탄 장식, 하얀 눈과 함께 환상의 겨울 나라로 변신했다.
일-목요일은 오후 5-10시, 금·토요일은 11시까지 오픈하며 내년 1월 1일까지 계속된다. 티켓은 12-15달러.
8808 Irvine Center Drive, Irvine. 문의 전화 (949) 855-8095
▲소더스트 아트 페스티벌(Sawdust Art Festival)의 Winter Fantasy 2002: 하얀 눈과 함께 3개의 무대에서는 끊임없는 라이브 뮤직이 공연된다. 150명이 넘는 예술가들이 제작한 예술 작품은 크리스마스 선물로도 안성맞춤. 작품 제작 과정 시범과 워크숍도 마련되며 먹거리와 음료도 풍성하다.
12월 15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사이에 오픈 한다. 1일 티켓은 2-4달러. 시즌 패스는 5달러. 5세 이하 어린이는 무료.
주소는 935 Laguna Canyon Road, Laguna Beach 문의 전화 (949) 494-3030.
▲Winter Snow Fest: 2개의 눈 언덕과 2개의 눈 놀이터를 갖추고 웍샵, 게임, 산타 복장 부티크, 산타클로스 할아버지와의 사진 촬영 등이 마련되며 눈사람 만들기와 썰매를 즐길 수 있다. 어린이들은 부츠를 신고 장갑을 착용해야 한다. 썰매타기와 게임에 드는 비용은 1-4달러이고 그 밖의 행사는 무료. 12월 14일까지 오전 10시-오후 4시 사이.
Pantera Park(주소: 738 Pantera Drive, Diamond Bar). 문의 전화 (909) 396-5746.
▲디즈니랜드의 스몰 월드: 스몰 월드 할러데이 (Small World Holiday)로 단장돼 각 나라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볼 수 있고 전 세계의 어린이들이 징글 벨 등,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수 있다.
특히 30만개가 넘는 전구들이 반짝거리며 꿈의 동산을 더욱 환상적으로 만들고 있다. 밤이면 디즈니 만화 영화의 주인공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퍼레이드를 벌인다.
성탄맞이 마법의 불꽃놀이는 탄성을 지르게 만들 정도인데 특히 눈송이가 떨어지는 피날레는 눈을 처음 맞았던 순간의 감격을 되살려줄 만큼 황홀하다. 매일 밤 9시 15분에 시작되며 1월 1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전화 (877) 700-DISNEY, (714) 781-4565. 웹사이트, www.disneyland.com.
▲유니버설 시티워크, 극장 앞에는 스케이트장, 파운틴 코트 (Fountain Court)가 문을 열어 매일 2,000명 정도가 얼음을 사각사각 가르며 스케이트를 즐기고 있다. 스케이트장 이용은 1시간에 6달러 50, 스케이트 빌리는 비용은 2달러 50이다.
전화 문의 (818) 622-445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