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우상을 넘어서서

2002-11-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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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떼를 치며

이성현 (글렌데일 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

며칠 전에 제가 속해 있는 연합감리교회 연회 안수 사역부(Board of Ordained Ministry) 부원 목사들과 목사 후보 과정에 있는 준회원 목사들이 함께 하는 수련회가 있었습니다. 준회원 목사들과 함께 예배도 드리고 세미나도 참석하며 사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별히 안수 사역부 부원으로 각자의 멘티와 함께 나눔의 시간을 갖기도 했습니다.
첫번째 강의 시간에 에모리 신학대학원의 교수로 계시는 엘리자베스 모어 목사님께서 각자의 마음속에 있는 우상을 상징하는 것을 가운데 놓여있는 테이블에 가지고 나와 놓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목사는 지갑을, 어떤 목사는 자동차 키를, 어떤 목사는 수첩을, 어떤 목사는 휴대전화기를 내어놓았습니다.
저는 가만히 생각하다가 제 지갑 안에 넣고 다니는 아들 사진을 빼서 그곳에 갖다 놓았습니다. 하나님보다도 더 사랑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에게 우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에는 핀이라는 Tongan 목사님께서 강의를 하시면서 자기 가족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Tongan사회에는 첫 손자를 조부모가 입양을 하는 풍습이 있어서 아들이 Tongan 여자와 결혼하기를 기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백인 며느리를 보게 되었답니다.
처음에는 가문의 대(代)가 끊기는 것 같아 무척 실망이 되었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가족, 인종 그리고 풍습을 넘어서야, 결국 나를 둘러싸고 있는 담을 헐고 나의 바운더리(Boundary), 지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이어서 엘리자베스 모오 목사님께서 핀 목사님의 이야기와 어제 저녁 강의와 연결을 시키면서 우리들이 내어놓았던 우상을 넘어서는 의미를 눈을 감고 묵상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묵상을 하는 제 마음 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은 내 자녀, 내 가정, 내 교회, 내 민족, 내 풍습, 내 가치관, 내 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상을 부수고 진정한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은 바로 나라고 하는 바운더리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금년 우리 교회 표어가 삶의 지경을 넓혀가는 교회인 것처럼, 삶의 지경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지경을 넘어서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내 자식이 중요하다면, 남의 자식도 귀한 것이고, 내 교회가 부흥해야 한다면, 이웃 교회도 함께 부흥해야 하는 것이며, 우리 한인 동포들이 잘 살아야 한다면, 다른 인종들도 더불어 잘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이제 우리들의 우상을 넘어서서 좀더 넓게, 좀더 깊게, 좀더 높게 그리고 좀더 길게 생각하며 진정으로 삶의 지경을 넓혀가는 코리안 아메리칸이 되어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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