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꽃 보듬고 단풍 활짝

2002-10-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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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큰바위 얼굴’의 배경지… “한국일보 독자엔 특별서비스”



올해 뉴잉글랜드의 단풍은 예년에 비해 늦게 찾아오고 있다. 남가주와 같이 이 지역도 가뭄이 심각한 상태인데 여름 내내 단 한차례도 비가 내리지 않는 이상기온이 계속되면서 매년 9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단풍시즌은 올해는 10월 중순을 기해 그 절정을 이룰 것이라고 화이트 마운틴 상공회의소 회장 딕 헤밀턴는 전한다.
시즌이 늦게 시작돼도 11월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단풍은 모두 사라지고 산간은 흰 눈으로 옷을 바꿔입기 때문에 올 뉴잉글랜드의 단풍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 여행을 떠나야 한다.
화이트 마운틴 지역은 보스턴에서 북쪽으로 2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 만난다. 19세기 초반 임업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시작한 이 곳은 1850년대 철도가 들어서면서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상류층들의 피서지로 각광을 받는다. 방이 300개가 넘는 초특급의 호텔들이 5개나 세워지면서 미국 최초의 관광 리조트로 개발된다. 하지만 20세기 초반 도로가 개통되고 일반인들도 이 곳에 찾아들자 부자들은 옐로스톤 등 서부지역의 국립공원으로 여행지를 옮겼으며, 관광 수입의 급락과 함께 화이트 마운틴은 기나긴 세월동안 깊은 잠에 빠져들게 된다.
산야는 벌목으로 한때 85%까지 훼손됐었으며 그 위세가 당당했던 그랜드호텔들은 마운틴 워싱턴 호텔만을 남기고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꾸준한 자연보호 활동으로 산야는 제 모습을 되찾았으며 다시 무성해진 단풍이 언론 등을 통해 소개되면서 화이트 마운틴은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보스턴과 함께 뉴잉글랜드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이 곳을 찾는다.
화이트 마운틴의 관광은 비지터 센터(800-346-3687, www.visitwhite mountains.com)가 있는 노스 우드스탁(North Woodstock)에서부터 시작된다. 카우보이 영화에서 본 것 같은 작은 타운은 17세기 뉴잉글랜드의 빌리지들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판자로 만든 작은 건물들에 들어서 있는 상점들과 식당들 그리고 그림 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조그만 여관(inn)들이 마치 놀이 공원에서처럼 오밀조밀 모여 있다.
비지터 센터를 방문하면 친절하기로 소문난 스태프들이 각종 관광정보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단풍지역을 표시한 지도를 비롯해 하이킹 트레일, 기차 탑승 스케줄, 숙박업소 예약, 레스토랑 가이드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비지터 센터에 사무실이 있는 헤밀턴은 “한국일보 독자들에게는 숙박 디스카운트 등 각종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서부지역 주민들도 평생 한번은 뉴잉글랜드의 가을을 보기 위해 이 곳을 방문한다”고 말한다.
노스 우드스탁에서 93번 하이웨이를 노스 타고 7마일 정도, 막 시작된 도로변 단풍을 즐기면서 올라가니 빙하 작용으로 화강암이 칼로 잘리듯이 벌어지면서 계곡류가 흘러내리는 플럼 고지(Flume Gorge, 603-745-8391)에 도착한다. 양쪽으로 90피트 높이의 화강암벽이 자연이 만든 동굴처럼 900피트 정도 이어지는데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면서 신비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수직으로 올라선 화강암벽이 5미터 정도 짧은 폭으로 양쪽으로 이어지면서 작은 통로를 만들고 있는데 벽 사이에 낀 이끼들을 배경으로 산바람을 타고 낙엽이 떨어지면서 더욱 황홀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플럼 고지는 7~10월에만 일반에게 공개된다.
다시 93번을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면 뉴햄프셔주를 상징하는 ‘큰 바위 얼굴’(Old Man of Mountain)을 만난다. 한국 중학교 교과서도 나오는 호손의 단편 ‘큰 바위 얼굴’은 한 산골 소년이 산 위에 있는 커다란 얼굴을 보면서 꿈을 키워 존경받는 상원의원이 된다는 이야기가 그 줄거리이다.

뉴햄프셔 자동차 번호판에 바탕 그림으로 나오기도 하는 이 바위는 2억년 전 자연이 만들어낸 예술품으로 길이 40피트 넓이 25피트의 사람 얼굴이 근엄한 모습으로 남쪽 산야를 바라보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산 중턱에 매달려 있는데 다섯 개의 바위로 만들어진 형상은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른다고 한다.
큰 바위 얼굴 북쪽 1마일 지점에는 미국 최초로 월드컵 스키 경기가 열린 캐논(Cannon) 마운틴(603-823-8800, www.cannonmt.com)이 있다. 8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대형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서면 360도 파노라마의 절경이 눈에 가득히 들어온다.
불에 타오르는 듯 울긋불긋한 단풍의 물결이 산마루를 가득 메우고 있다. 멀리 북쪽으로 캐나다 몬트리올과 동쪽으로 대서양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버몬트를 넘어 뉴욕의 북부 산간지역이 환영의 손짓을 하고 있다.
전망대 사이로 작은 트레일이 만들어져 있는데 고산지대로 높이가 사람 키 정도인 크리스마스 트리 더글러스 퍼 소나무들이 신선한 냄새를 풍기면서 차가운 산바람을 맞고 있다.
마치 분재 같은 작은 가지를 지니고 있는 소나무들의 나이가 200~300년이나 된다고 한다. 캐논 마운틴 입구에는 미국 최초의 스키 박물관(무료, www.skimuseum.org)도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캐논 마운틴 산기슭에 있는 에코(Echo) 호수는 달력에 자주 등장하는 곳으로 잔잔한 호수에 비치는 단풍은 보는 이로 하여금 깊은 명상에 잠기게 한다.
캐논 마운틴에서 6마일 정도 올라가면 미국이 낳은 최고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농장과 박물관을 만난다. ‘가지 않는 길’ 등 수많은 단풍을 소재로 한 시를 남긴 프로스트가 집필을 하면서 사용하던 책상과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크리스마스 카드에 작성하던 시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이트 마운틴에서는 이밖에도 맑은 공기로 인해 미국 최고로 건초열(Hay Fever) 협회가 창립됐으며 빅토리아식 빌딩으로 유명한 베들레헴, 마운틴 무스와 곰이 타운에 내려와 서성거리는 고햄(Gorham),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잭슨과 링컨 등의 리조트 타운들이 짧은 거리에 모여 있다. 가을 외에도 이 곳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주변에 캠핑장과 등산로, 드라이브 코스, 자전거를 즐길 수 있는 곳 등의 시설들이 완벽하다. 1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그린피가 대부분 35달러선으로 저렴하고 현지에서 클럽을 빌릴 수 있다.


북미 최고 명승지 뉴잉글랜드 화이트 마운틴 탐방기

애팔랜치아 산맥의 한 자락인 화이트 마운틴(White Mountain)은 북미에서 가장 유명한 단풍 여행지이다. 이 곳의 단풍은 인간의 손으로는 흉내낼 수 없을 법한 한 폭의 그림이다. 형형색색의 반짝이는 빛깔들과 그 빛깔의 배경을 이루는 티없이 맑고 깊은 가을 하늘은 보는 이를 꿈의 세계로 인도한다. 색이 물에 반사되어 비칠 때면 어느 것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무엇보다 오염이 안된 원시 그대로의 숲이 눈부신 곳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가족 리조트 중 하나이기도 한 이 산은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 ‘큰 바위 얼굴’의 실제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자연과 역사가 어울러진 뉴잉글랜드로 가을 단풍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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