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독일 명장 프리츠 랭의 눈부신 공상과학 영화

2002-10-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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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Metropolis)
★★★★★(5개 만점)

1927년에 베를린서 개봉된 독일의 명장 프리츠 랭의 야심 만만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이 눈부신 공상 과학영화이자 도덕극이다. 자식의 반란과 로맨틱한 사랑 그리고 억압받는 노동계급과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기계문명에 대한 황홀하고 독창적이며 스케일 크면서도 감정이 충만한 20세기 영화의 초석 같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베를린 개봉 이후 여러 차례 난도질을 당한 채 가끔 재상영 됐는데 이번에 남아있는 오리지널 필름(랭의 원작 중 일부는 영구 분실됐다)을 바탕으로 새 디지털 기술로 복원한 판으로 나왔다. 가장 원작에 충실한 이 판(상영시간 124분)은 독어 인터타이틀을 새로 영역했고 또 원작의 음악을 작곡한 고트프리트 후페르츠의 음악을 스테레오로 새로 녹음했다.
작품의 무대는 미래의 도시. 산업가 조 프레데르젠이 다스리는 도시의 지상은 풍성한 정원과 마천루가 있는 낙원과도 같은 곳이나 지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기계처럼 노동하며 절망적인 삶을 사는 슬럼이다. 지하에 사는 정열적인 마리아(브리기트 헬름)는 민중들에게 구세주 같은 인물이 나타나 우리들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예언한다.
구세주로 판명된 사람은 조의 감수성 예민한 아들 프레더로 그는 마리아를 사랑하고 또 비인간적 대우를 받는 지하인간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아버지에게 거역한다. 한편 지상에서는 미친 과학자 로트방이 자기가 잃은 사랑하는 사람을 대체할 여자 로보트를 만드는데 이것은 인간과 기계의 구분을 애매모호하게 하는 현대 인간의 기계에 대한 집착을 상징한다. 그리고 프레더는 마리아와 함께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지하 인간들을 기계와 노역으로부터 해방시킨다.
포현주의 흑백 촬영이 불길하니 아름다운 영화로 기독교 신앙과 독일 낭만주의 그리고 모더니즘과 막시즘의 요소를 고루 담고 있는 감정적이요 정치적이며 또 사회성 강한 열병 같은 고전 걸작이다. 10일까지 뉴아트 (310-478-6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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