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월 살인마’쫓는 스릴넘친 심리추리극

2002-10-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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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용’(Red Dragon) 작품평 ★★★★ (5개 만점)

토마스 해리스가 쓴 두뇌가 명석한 식인 킬러 닥터 하니발 렉터 시리즈 3부작 중 제1편. 초호화 캐스트와 제작진이 동원된 흥미 있고 잘 만든 서스펜스 스릴러로 흠잡을 데 없이 말끔하다 못해 화려해 보이기까지 한다.
해리스가 1981년에 쓴 동명소설을 이 시리즈 제2편인 ‘양들의 침묵’의 각본을 써 오스카상을 받은 테드 탤리가 다시 집필했다. 이 소설은 1986년 마이클 맨 감독이 ‘맨헌터’라는 제목의 영화로 먼저 만든 바 있다. 여기서는 내적 고뇌를 하는 전직 FBI 형사에 윌리엄 피터슨, 하니발에 브라이언 칵스 그리고 또 다른 시리얼 킬러에 탐 누난이 나왔었다. 무척 스타일 좋고 시종일관 숨죽이게 만드는 작품으로 유혈 폭력을 극도로 자제하고 심리묘사와 무드조성에 주력한 수작이다. 이에 비하면 ‘붉은 용’은 좋은 연기와 좋은 이야기 그리고 일사불란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한 단계 낮은 수준.
범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총명한 FBI 수사관 윌 그램(에드워드 노턴)이 악마적 두뇌를 지닌 식인 킬러로 심리학자인 렉터 박사(앤소니 합킨스가 다시 소름끼치는 연기를 한다)를 체포하면서 둘간에 벌어지는 사투로 서막이 진행된다. 그램은 여기서 입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로 은퇴한 뒤 아내 말리(메리-루이즈 파커)와 어린 아들과 함께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긴다.
어느 날 FBI 상관 잭(하비 카이텔)이 그램을 찾아와 ‘투스 페어리’로 불리는 연쇄살인범을 잡는데 도와 달라고 요청한다. 킬러는 만월 때마다 일가족을 몰살하고 피해자의 눈동자를 거울조각으로 교체하는데 그램과 FBI 요원들은 다음 만월이 오기까지 3주 안에 이 킬러를 찾아내야 한다. 그램은 오리무중에 빠진 사건해결의 도움을 볼티모어의 정신병원에 감금된 렉터에게서 구한다. 렉터는 자기 흉내를 내는 킬러 체포에 협조하면서 한편으로는 ‘투스 페어리’의 심리를 조작, 자기를 체포한 그램에게 복수를 시도한다.
영화에서 킬러의 정체는 어릴 때 할머니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은 프랜시스 달라하이드(레이프 화인즈도 호연)로 일찌감치 밝혀진다. 그러나 이 영화는 범인을 잡는 수사물이라기보다 범인과 형사 그리고 이 둘의 심리를 조작하는 감방 안의 천재 킬러의 심리전과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자극되는 두뇌의 지적 쾌감을 즐길 영화다.
달라하이드의 눈먼 애인 리바로 에밀리 왓슨이 그리고 취재를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리는 부도덕한 기자 프레디로 필립 시모어 하프만이 나온다. 음악(대니 엘프만), 촬영(단테 스피노티) 등 1류 제작진을 썼는데 무드와 깊이 그리고 신랄한 맛이 ‘맨헌터’만 못하다. 감독 브렛 래트너. R. Universal.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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