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 카페“우리는 과연 올바로 먹으며 살고 있는가”

2002-10-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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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먹고
잘사는 법

박정훈 지음
김영사 펴냄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곧 그 사람을 의미한다. 더 넓게는 먹거리 속에 인류의 역사가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식습관은 민족과 개인의 기질을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왔다. 고기를 주식으로 한 유목민족은 호전적이었으며 농경민족은 유순한 성향을 보였다. 좀 비약한다면 그것은 곧 역사의 흐름을 결정하는 도관이 되곤 했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흔히들 “잘먹고 잘사는 것”이라고들 대답한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먹고 잘사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궁색하다. 좋은 음식을 원 없이 먹으며 사는 게 잘먹고 잘사는 것일까.
이런 의문에 대답을 주자는 취지에서 본국의 한 TV 방송사가 지난해 제작 방영했던 ‘잘먹고 잘사는 법’이라는 프로그램이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PD가 프로그램 내용을 바탕으로 미처 못 담았던 얘기들을 보태 같은 제목의 책으로 펴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대답은 이렇다. “올바로 먹는 것이 바로 잘 먹고 잘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못된 식단과 식생활 습관을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왜냐하면 먹는 것 속에 삶의 진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짐작했겠지만 ‘잘못된 식단’은 물론 동물성 식단을 말한다. 그렇다고 식물성 식단을 막연하게 예찬하지는 않는다. 식물성 식단이 현대의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는 성인 아토피를 어떻게 치유해 주는지를 오랜 기간 인내심을 갖고 관찰한 다음 객관적인 기술을 하고 있다. 결론을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바람직한 식물성 식단 구성을 위한 식품들을 여러 가지 소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꼭 섭취해야 할 것으로 맹신하고 있는 우유, 비타민제 등의 효용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제기한다.
의외의 문제 제기라고 여겨지지만 저자가 이와 관련해 전 세계의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취재한 내용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올바른 식품선택을 위한 지침을 담고 있지만 단순한 건강서적에 머물지 않는다. 먹거리, 특히 인간에게 고기를 제공하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서는 철학적인 고민이 묻어 난다. 10장에서는 인간의 육식문화를 비판해온 제레미 리프킨과의 인터뷰를 싣고 있는데 그 내용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가축들에게도 자유로운 환경이 보장돼야 하며 비참하게 사육돼 죽어 가는 가축들이 남긴 고기를 먹은 인간도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다는 게 리프킨의 지론이다.
특히 부드러운 육질을 제공하기 위해 죽어 가는 송아지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내용도 있지만 올바로 먹는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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