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가주 해변에 가면…

2002-10-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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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호구에 비친 멋, 낭만... 호젓한 유혹


샌프란시스코서 1번 길따라 북상
마을 곳곳서 배어나는‘역사’감동

캘리포니아 지형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긴 해안선을 들 수 있다. 넓은 태평양을 따라 이어지는 해안선 가운데서도 온화하고 평탄한 남가주의 해안선보다는 거친 자연의 숨결이 선명하게 살아 숨쉬는 북가주의 해안선이 더욱 아름답다. 북가주의 해안선은 특히 가을에 찾아보는 것이 좋은데 겨울을 앞두고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과 더욱 차가워지는 해풍이 마지막 계절이 다가옴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간간이 내리는 비 사이로 갈매기 한 마리가 집을 찾아 헤매고 어선들이 줄지어 정박하고 있는 부둣가와 해변 절벽 위에 들어선 빅토리안 풍의 건물들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곳이 바로 북가주 해변이다. 캘리포니아 최북단 도시중 하나인 유리카, 서부의 뉴잉글랜드 마을 멘도시노 등 북가주 해변의 관광지들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가주의 해안선은 와인 지역인 소노마카운티를 지나 멘도시노카운티에 들어서면서부터 더욱 거칠어진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를 타고 5시간 정도 북상하면 만나는 이 곳은 솜처럼 희뿌연 바다 안개가 해안 절벽을 에워싸기도 하고 때론 심술난 바닷바람이 나뭇가지를 심하게 흔들고 가면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다.
1번 하이웨이를 타고 샌프란시스코를 출발 포인트 레이스(Point Reyes), 포트 로스(Fort Ross), 맨체스터 주립공원 등 유명한 관광지를 지나서 멘도시노에 들어서면 많은 관광객들은 이 곳을 어디에선가 봤다는 느낌을 받는다. 멘도시노는 유명한 클래식 영화 ‘서머 오브 42’의 로케이션 장소였다. 영화는 동부 메인주 해안 도시에서 일어나는 로맨스를 주제로 삼고 있는데 그래서 이곳은 서부의 뉴잉글랜드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구부러지듯 뻗어나고 또다시 소용돌이치는 해안선 절벽 위에 줄지어 서 있는 하얀 집들과 목재 건물들은 이곳의 초기 정착민들이 뉴잉글랜드 지방에서 왔음을 보여준다. 도시 가운데에 있는 1871년 건축된 머소닉 라지(Masonic Lodge)는 보스턴 앞 바다의 케이프 코드(Cape Cod)에서 바로 옮겨 놓은 것처럼 판자를 겹쳐서 만든 벽 등이 전형적인 뉴잉글랜드 풍이다.
울창한 레드우드 숲에 이끌려 1800년대 초반과 중반에 걸쳐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된 이곳은 한때 임업이 번성해 호텔, 술집을 물론 차이나타운까지 조성됐지만 제재소가 문을 닫으면서 이 마을도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이곳에 경치와 평온한 마을 분위기에 이끌려 20세기 중반부터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서 멘도시노는 제2 전성기를 맞게 된다. 지금도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의 작가인 앨리스 워커가 이곳에서 거주하고 있다.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한때 신축 붐이 있었지만 정부가 해안의 토지를 매입, 개발을 억제하면서 예전의 평온과 고요함을 유지하게 됐다. 마을 형성시기에 만들어진 일부 오리지널 건물에는 화랑, 각종 상점, 레스토랑 등이 들어섰지만 원래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개축과 증축도 세심한 고려 가운데 진행됐다.
마을을 찾는 사람이 가장 먼저 가볼 곳은 ‘포드 하우스’(Ford House). 현재 멘도시노 헤드랜드 주립공원 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시되어 있는 역사 유물들이 볼만하고 관광을 위한 각종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멘도시노의 상징인 해안 절벽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각종 해양 동물들도 만날 수 있는데 11월부터는 해안을 따라 이동하는 고래 떼를 목격할 수 있다.
멘도시노에서는 포도 양조장도 많다. 일반 마켓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펫저(Fetzer·707-961-6300) 양조장이 이 곳에 있는데 시음회도 매일 연다.
가는 길은 샌프란시스코에서 1번 하이웨이를 타고 160마일 정도 북상하면 된다.
문의: (800)726-2780
www.mendocinocoast.com
멘도시노에서 12마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증기 기관차(Western Skunk Train-본보 25일자 레저면 보도) 관광 도시로 유명한 포트 브랙(Fort Bragg)을 만난다.
1857년 육군 부대가 들어서면서 타운으로 발달한 포트 브랙은 한때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삼나무 임업 도시였다. 지금도 삼나무를 가득 실은 대형 트럭이 산악지역에서 줄줄이 내려오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타운에 있는 임업 박물관(Logging Museum·339 Main St.)을 방문하면 임업이 한때 캘리포니아 경제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1번 하이웨이 선상에 있는 멘도시노 해안식물원(Mendocino Coast Botanical Garden·707-946-4352)을 찾으면 이 지역 해안식물에 대한 좋은 교육이 된다.

포트 브랙에서 100마일 정도 북상하면 한때 연어잡이 배와 포경선의 기항지로 이름을 떨쳤던 유리카(Eureka)에 도달하게 된다. ‘유리카’란 “알았다” 또는 “찾았다”는 그리스 언어로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시절 금을 발견한 광부들이 소리치던 말로 한국의 ‘심봤다’와 비슷하게 쓰여진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은 스페인 탐험 함대에 의해 개척된 캘리포니아의 다른 해안도시들과는 달리 가죽과 모피를 얻기 위해 물개, 해달 등의 사냥터를 찾아온 러시아 사냥꾼들에 의해 개척된 특이한 곳이다.
1840년대에 들어 사냥감이 현격히 줄어들고 사냥꾼들이 물러간 후 1940년대 말 독일 탐험가 알렉산더 홈볼트가 이 일대의 만을 자세히 답사, 홈볼트 베이로 명명하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인근의 울창한 레드우드 숲을 대상으로 한 벌목업과 풍부한 수산자원을 바탕으로 한 어업, 금광 개발업 등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유리카에 들어서면 우선 둘러보아야 할 곳으로 올드 타운구역이 있다. 이 구역에는 목재업으로 거부가 된 윌리엄 카슨이 1886년에 지은 우아한 빅토리아풍의 맨션(Carson Mansion)을 비롯 ‘핑크 레이디’ ‘카터 하우스 인’ ‘유리카 인’, 클락 박물관(Clark Museum), 홈볼트 해운박물관 등 대략 90~150년 전에 지어진 건축물들이 지금도 훌륭한 상태로 잘 보존돼 있다.
문의: (800)346-3482
www.redwoodvist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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