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아이는 고통이 아니라 기쁨입니다”

2002-09-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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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신주련 지음
행복한 책읽기 펴냄

장애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장애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스해지고 갖가지 장애를 극복해낸 사람들의 수기들도 쏟아져 나와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그러나 막상 당신이 장애아를 키워야 할 입장이 된다면…. 장애는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지만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짊어지기 힘든 짐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62년생 동갑부부인 전순걸·신주련씨가 쓴 ‘선물’이 감동을 주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들은 뇌의 상당부분이 없는 중증 장애아를 키우고 있다. 이 아이는 부부가 낳은 아이가 아니다. 지난 2000년 태어난지 1달만에 입양한 두살배기 딸이다.
전씨와 신씨에게는 지난 89년 낳은 건강하고 듬직한 아들 현찬이가 있다. 그러나 IMF사태 이후 많은 아이들이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워 98년 어린 여아 하영이를 입양하고 이어 2년만에 다시 아영이를 받아 들였다.
장애인줄 전혀 모르고 입양했던 아영이가 좌우 뇌를 가르는 막이 없고 뇌의 상당 부분이 비어 있는 선천성 뇌기형임을 발견하게 된 것은 입양 수개월후의 일.
주위사람들은 당연히 “왜 평생 안 져도 될 짐을 지려 하느냐”며 아이를 입양기관에 돌려 주라고 성화였다. 신씨의 친정엄마는 딸 걱정에 단식을 하며 드러 눕기까지 했다.
그러나 눈물로 고민하던 부부는 결국 아이를 계속해 키우기로 결정한다. ‘선물’은 부부가 아영이, 그리고 언니인 하영이를 키우며 써내려간 눈물과 기쁨의 육아일기이다.
신씨는 일기에 이렇게 쓰고 있다. “아영이를 지으신 하나님이 우리 아영이에게 어떤 부모가 좋을까 하시다가 우리를 선택한 거야. 그러면 울 일이 아니고 감사할 일이잖아.”
부부는 현찬이는 배 아파 낳은 아이고 아영이는 가슴으로 진통해 낳은 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할수 없이 소중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아영이 치료를 위해 아빠는 직장까지 던져 버려야 했고 엄마는 다른 가족과 생이별 한채 병원에서 몇 개월을 보내기도 했다. 아영이 때문에 이 가족이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한 것 같아 안타까운데 이들은 오히려 얻은 것이 더 많다며 웃음짓는다. 아영이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몸이라도 뒤집을라치면 온 가족은 환호한다.
정상아 자식인데도 “공부 못한다” “다른 애들만 못하다”는 등의 이유로 구박하는 부모들이 많은 세상에 이들 부부는 진정한 사랑과 감사의 의미를 되돌아 보게 해준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한다는것 조차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얼굴만 봐도 그 사람이 어느정도 보인다던데 두 부부와 아들 현찬이의 수더분하고 후덕한 인상은 “아영이가 정말 제대로 된 가정을 찾았구나” 하는 안도감을 안겨 준다. 아영이는 우리 모두에게도 귀한 선물이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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