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단풍 기차 산길 구비구비 ‘가을 속으로’

2002-09-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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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캘리포니아 유명 열차관광지

▶ 소풍추억 담아가니 색다른 낭만 스며드네…


기차에 대한 향수는 모든이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 같다. 들판이나 산등성이 그리고 깊은 계곡 어디든 거침없이 달리는 기차는 먼 길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오랜 세월동안 친근한 교통수단이 돼왔다. 물론 지금은 날렵하고 안락한 고속전철이나 고성능 디젤기관차가 잘 만들어진 철도를 질주하고 있지만 옛날처럼 험한 산길이나 인적이 드문 시골 평야를 ‘칙칙 폭폭’ 숨가쁘게 누비며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진한 정감을 남겨주던 증기 기관차의 구수한 멋은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골동품 증기 기관차가 관광객을 상대로 운행되면서 추억을 되살려 주고 있다. 가을의 정취를 한껏 맛볼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기차 관광지들을 독자들에게 안내한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오래됐으며 가을의 그윽한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증기 기관차 관광이다.

올해로 117년된 증기 기관차 관광으로 아름드리 레드우드가 빽빽이 들어선 산과 맑은 시냇물이 철철 넘쳐나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낭만의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출발역은 샌프란시스코 북쪽 해안에 접한 멘도시노 카운티의 포트 브랙(Fort Bragg)이며 종착역은 101번 프리웨이가 지나가는 내륙쪽의 윌리츠(Willits)로 총 40마일에 달하는 구간을 운행한다.


캘리포니아의 관광명소인 레드우드 숲을 관통하는 이 기차 여행코스는 60여년 전 목재를 운반하는데 사용되던 증기 기관차나 디젤 기관차가 사용되며 숲 사이로 시원하게 흐르는 푸딩 크릭(Pudding Creek)과 노요 리버(Noyo River)를 따라 아직도 자연의 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신선하고 아름다운 산야를 달린다.
중간에 터널을 지나가기도 하고 산골길을 꼬불꼬불 오르내리기도 한다. 가끔씩 쉬어갈 수 있는 산골 간이역들도 있어 역마다 내려 간단한 스낵이나 음료 등도 즐길 수 있다.

운행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승차료는 풀데이(full day)의 경우 성인 45달러, 어린이 25달러. 하프 데이(half day) 성인 39~29달러, 어린이 18~16달러. 문의: (800)77-SKUNK, www.skunktrain.com

가을철에 운행되는 단풍관광 기차로 잘 알려져 있다.
요세미티 초입 도시인 오크허스트에서 41번 도로 북쪽으로 20분 거리, 국립공원 남쪽 입구 부근의 4여마일에 달하는 아름다운 풍치 구역에서 증기 기관차가 끄는 목재 수송차의 객차가 관광용으로 운행되고 있다.

덜컹거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요세미티의 울창한 숲과 미끈하게 솟아난 암벽들을 감상하는 이 기차여행은 비록 1시간에 불과한 짧은 것이기는 하지만 도심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진한 낭만을 승객들에게 전해준다. 증기를 한없이 내쉬며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울창한 숲을 가로질러 달려가는데 검은 연기와 수증기를 뿜으며 요란스런 기적을 울려대는 증기 기관차에 탑승해 어른들은 어릴 적 향수에 빠지고 어린이들은 기적 소리에 박수를 치면서 좋아한다.

여름과 가을철에는 허공에 유리 가루를 뿌려놓은 듯 현란하게 빛을 발하는 별빛 아래서 간간이 풀벌레와 산 짐승들이 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고요한 산골을 달리는 밤 기차(Moonlight Special)가 운행되는데 저녁 식사와 중간에 음악 공연이 포함된다.
운행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오후 3시30분이며 한시간 반마다 출발한다. 승차료는 증기 기관차의 경우 성인 11.50달러, 어린이(3∼12세) 5.75달러. 밤 기차는 성인 33.50달러, 어린이 18달러이다. 문의 (559)683-7273.

북가주 샌타크루즈(Santa Cruz) 인근의 해안 숲속에 나 있는 선로를 따라 1시간짜리 기차 여행을 즐길 수 있다. 100여년 전 금광에서 원광석을 수송하기 위해 레드우드 숲속에 깔았던 선로는 아슬아슬한 절벽 길과 까마득히 높은 다리나무, 시원한 해안 길을 연결하며 승객들에게 잊지 못할 기차 여행의 추억을 심어준다.
유원지로 꾸며진 이 곳에는 캘리포니아의 옛날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유적들과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야외무대에서는 맛있는 바비큐 파티를 흥겨운 컨트리 뮤직을 들으며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매일 오전 11시, 주말은 오전 11시, 오후 12시30분, 2시에 운행하며 승차료는 성인 15.50달러, 어린이 10.50달러. 문의: (831)335-4484, www. roaringcamp.com


오렌지 밭 사이로 만들어진 29마일 길이의 필모어 & 웨스턴 철로를 따라 운행되는 남가주 유일의 투어 열차이다. 1946년에 만들어진 전기 기관차와 객차가 마치 한국의 완행열차를 연상케 하는데 속도 역시 시속 30마일 정도로 천천히 오렌지 밭을 가로지르면서 달린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에 필모어를 출발해 인근 샌타폴라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2시간30분의 주말 왕복 투어가 가장 인기가 있다. 역의 점원에서부터 기차의 차장들 모두가 예전의 복장으로 승객을 맞는다. 객차에 들어서면 모든 물건들이 골동품들로 타임머신을 타고 40년대로 돌아간 기분을 느낀다.
생일파티와 바비큐 디너 투어도 할 수 있는 열차의 탑승료는 성인 18달러, 노인(60세 이상) 16달러, 어린이(4~12세) 8달러이다. 문의: (800)773-8724, www.fwry.com.

포도 양조장 외에도 나파 밸리의 또다른 명물중 하나이다.
오리엔탈 익스프레스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식당차에서 쌍쌍이 식탁 앞에 앉아 창가로 스쳐 가는 한가한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이 곳에서 생산되는 고급 포도주와 맛깔스러운 요리를 즐기는 이 기차 관광은 색다른 분위기를 찾는 사람들에게 선호되고 있다.

평일에는 오전 11시30분, 오후 2시30분, 6시30분, 주말에는 오후 12시30분, 3시30분, 6시에 운행되는 와인 트레인의 요금은 그 날의 메뉴에 따라 60달러에서 110달러까지 다양하다. 문의: (800)427-4124, www.winetrain.com
<백두현 기자 > doopae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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