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살인 미스터리·웃음으로 버무린 멜로

2002-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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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여인’(8 Women)
★★★★

프랑스의 A급 여배우들이 나오는 춤과 노래가 있는 알록달록한 코미디 살인 미스터리로 경이롭게 재미있다. 아름답고 품위 있고 섹시한 여배우들이 온갖 색깔의 의상을 입고 나와 몸을 흔들고 박수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여간 신기하고 우습고 또 즐거운 것이 아니다.
눈에 싸인 저택 안에서 일어나는 어린 소녀로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의 여덟 여인의 질투와 경쟁의식과 사랑과 배신과 의혹 그리고 계급투쟁의 이야기로 일종의 안방드라마. 감독 프랑솨 오종(각본겸)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노래와 율동의 이 작품을 미국의 빈센트 미넬리의 뮤지컬과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멜로드라마를 총천연색으로 합성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1950년대 프랑스 교외의 마르셀의 저택. 눈이 수북히 쌓인 이 집에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영국에 공부하러 갔던 장녀 쉬종(비르지니 르드와이앙)과 마르셀의 육감적인 여동생 피에레트(화니 아르당) 등이 도착하면서 가족과 친척간의 경쟁의식이 발생하고 또 마르셀 가족의 어두운 비밀이 드러난다.
마르셀의 부인은 우아한 가비(캐서린 드뇌브)로 이 집에는 휠체어를 탄 증권투자가인 가비의 어머니(다니엘 다리외-왕년의 명배우다)와 탐정소설 탐독가인 가비의 둘째딸 카테린(뤼디빈 사니에)이 함께 살고 있다. 이들 외에 불만투성이 노처녀인 가비의 여동생 오귀스틴(이자벨 위페르)과 오만하기 짝이 없는 자극적인 하녀 루이즈(에마뉘엘 베아르) 및 쉬종 자매를 키운 충실한 흑인보모 샤넬(피르민 리샤르)이 이 집의 나머지 구성원들.
그런데 마르셀이 자기 침실에서 등에 칼을 맞고 살해되면서 8명의 여인들은 서로들을 의심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이 집안의 괴상 야릇한 비밀과 이 여자들간에 얽히고 설킨 복잡한 관계가 조금씩 노출된다. 카테린과 오귀스틴에서부터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살인의 동기와 비밀을 지닌 혐의자들인데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에다 노래와 춤을 접목시킨 듯한 영화로 여인들이 노래할 때마다 자기 속사정과 비밀들이 드러난다. 광채미를 발하는 여배우들의 모습이 황홀한데 이들이 서로 치고 박고 또 소리 지르고 울고불고 하는 모양이 배꼽을 잡게 한다. R. Focus. 로열(310-477-5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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