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 아름다운 도전 이병철 엮음 / 명상 펴냄

2002-09-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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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선구자들을 통해 본
20세기 사회사

소설가 잭 런던은 자신의 소설 ‘길’에서 이렇게 말한바 있다.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인간만이 여성을 학대한다는 점이다. 비겁한 이리나 가축으로 타락한 개조차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보편화 되고 있기는 하지만 남녀평등이 완벽하게 실현되고 있다고는 볼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만 해도 남존여비의 상징인 호주제가 그대로 존속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법조문이 완고하게 버티고 있는한 남녀간의 진정한 평등은 구두선에 불과할 뿐이다.
미국은 그래도 좀 나은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조차 연방헌법에 남녀간의 평등을 규정한 조항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지난 72년 연방의회는 “법 아래서 평등한 권리는 성을 이유로 축소되거나 부정되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헌법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조항은 그후 10년동안 효력을 발휘하는데 필요한 38개주에 못미치는 35개주에서만 비준됨으로써 결국 효력을 상실했다.
연방헌법상의 남녀평등 조항은 이렇듯 뿌리깊은 저항에 사문화가 돼야만 했다.
20세기 사회사를 훑어가다 보면 여성들이 지금의 위치로 올라서기까지 눈물겨운 투쟁이 있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물론 그 투쟁의 중심에는 각 분야에서 차별의 벽을 허물어 가며 선구자 역할을 한 여성들이 있었다.
‘참 아름다운 도전’은 이런 여성들의 삶을 엮은 책이다. 2권으로 된 책속에는 사회의 편견과 저항을 극복하며 치열하게 살아간 여성 35명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엮은이는 “놀라운 일은 위인전에 소개되는 여성들의 숫자가 너무 적을뿐 아니라 그 인물이라는 것이 40년전이나 지금이나 나이팅게일, 마리 퀴리, 헬렌 켈러, 유관순등으로 똑같다는 점”이라고 통탄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뻔한 여성위인들이 아니다. 격동의 역사속에서
몸으로 편견과 부딪쳤던 사람들이다. 잘 알려진 여성도 있지만 생소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1권에는 미완의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 피임시대를 연 선각자 마거릿 생어, 우먼 리브의 베티 프리던, 현대 무용의 창시자 이저도라 덩컨, 화장품업계의 살아 있는 전설 에스테 로더등 주로 여성운동가들과 예술가, 그리고 기업인들이 소개되고 있다.
또 2권에는 대서양을 최초로 횡단 비행한 아멜리아 에어하트,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한 다베에 준코등 모험과 스포츠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은 의지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분야는 달랐어도 이들의 삶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그것은 도전으로 점철됐다는 점이다. 이들이 허물고자 했던 장벽이 무엇이었는지는 우먼 리브의 기수 베티 프리던의 말속에 잘 응축돼 있다.
“남성들은 여성으로 하여금 아이 기르기와 남편의 성적 대상이 되는 일 말고는 전부 여성답지 않다고 배척함으로써 여성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인간적 욕구를 성취하기 보다는 남성을 통해서만 행복을 얻고자 힘쓰도록 길들였다.”
이들의 삶을 추적해 가는 것은 개인기록을 넘어서 20세기의 사회사를 되짚어 보는 일이다. 글도 흥미롭지만 다양한 흑백사진들이 안겨주는 친밀감이 책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조윤성 기자>
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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