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맞는 이웃과 멋진 ‘추억 만들기’

2002-09-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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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 동우회 「한우리」가족 노동절 그룹여행

1년전부터 가족당 매달 50달러 적립
어른 - 아이활동등 스케줄 미리 작성
산간별장 - 주인없는 주택 렌트 편리


한인들만큼 그룹으로 여행을 많이 하는 민족도 찾기 힘들 것이다. 가족과 단출하게, 때로는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나 직장을 통해 친분을 쌓은 사람들끼리 연휴를 맞아 그룹으로 여행을 떠나는 케이스를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룹여행은 여행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과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며칠을 지내면서 깊은 교류를 맺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난 6년간 노동절 연휴 때면 여섯 가족 20여명이 샌버나디노 마운틴 통나무집(cabin)으로 그룹여행을 떠나는 가톨릭동우회 ‘한우리’(회장 양용철)와 함께 그룹여행에 필요한 준비사항과 요령을 알아본다.


룹여행의 가장 큰 걸림돌은 숙박이다. 저렴한 모텔로 들어가자니 오랜만의 여행인데 좁고 부실한 시설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방 역시 가족마다 따로 구해야 한다. 또한 호텔과 모텔에서 숙박을 하면 매 끼니마다 비싼 가격을 주고 외식을 해야 한다. 이같은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적절한 방법은 바로 산간 지역의 별장이나 주인이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렌트하는 것이다.


부유층들이 세컨드 홈이나 베케이션 홈(vacation)으로 구입해 일반에게 렌트해 주는 별장들은 빅베어 지역에만 엄청난 수가 있는데 이 중 일부는 5개 이상의 베드룸이 있어 단체여행에 제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 사용료도 방 하나에 60달러선으로 5베드룸의 경우 하루 300달러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가구와 부대시설이 뛰어나며 취사시설이 완벽해 타인종에 비해 음식 조리가 까다로운 한인들에게 또 다른 편리를 제공한다.

‘한우리’의 여름여행 준비는 거의 1년 전부터 시작된다. 매달 가족당 50달러 정도의 회비를 거둬 여행 경비를 마련하고 남은 돈으로 단체로 외식도 하고 경조사에도 보탠다. 어린 자녀에서부터 부모들까지 여섯 가족 24명이 같이 연휴에 숙박할 수 있는 장소를 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섯달 전부터 미리 캐빈(Cabin)을 찾아 예약을 시작한다.

매년 샌버나디노 마운틴 빅베어, 레이크 애로헤드 지역으로 숙소를 정하는데 올해 역시 산이 깊고 물이 맑은 애로헤드 인근 트윈 픽(Twin Peak) 지역의 캐빈 리조트에서 노동절 연휴를 보냈다.

6년간 같이 여행을 했으니 이제는 누가 어떻게 여행을 준비하고 숙소에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긴말 안해도 아는 ‘도사들’이 됐다. 각 끼니마다 식사 당번을 정해 당번 이외에는 모두 편안하게 쉬게 하는데 당번도 남녀를 각각 다른 가정에서 차출하기 때문에 여성만이 일을 하는 경우는 없다. 청소부터 아이들 관리, 뒤뜰에서 고기 굽는 일까지 모두 정해진 순서대로 잘 움직인다.

그룹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꼽으려면 정당한 스케줄을 미리 만들어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인원이 많은 관계로 너무 많은 일정을 잡으면 아이나 어른들이나 일찍 피곤해진다. 그렇다고 너무 느슨하게 하루를 보내면 서로 지루해질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 그리기, 목걸이 만들기, 종이 접기 등의 시간을 만들고 수영과 가벼운 하이킹을 아이들과 같이 즐긴다. 낚시 등 어른들만 할 수 있는 활동들은 새벽이나 늦은 저녁에 실시한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어가면 어른들은 주제를 정해 놓고 새벽녘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학창시절 캠핑하던 기분을 다시 느낀다. 특히 부부생활과 관련한 어려움 점들을 털어놓으며 지혜를 구한다.
“아이들에게 여름이 끝날 때면 언제나 여러 가족과 함께 즐거운 여행을 떠났다는 추억을 심어주고 싶어 매년 같은 기간에 같은 지역으로 그룹여행을 떠나고 있습니다.” 한우리의 멤버 수지 나씨는 3박4일 동안 6개월된 갓난아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생 10여명이 대자연을 배경으로 마음껏 뛰어 노는 모습을 볼 때 형용할 수 없는 행복감에 휩싸인다고 말한다.

그룹여행 알아둘 점

1. 일부의 캐빈들은 청소를 재대로 하지 않고 떠났다는 이유로 300~500달러에 달하는 디포짓(deposit)을 가로채는 경우가 있다. 캐빈을 빌리기 전에 청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렌탈 업소와 논의한 후에 계약을 맺는다.
2. 방은 가족 당 1개씩 배분하는 것이 좋다. 즉 4가족이 여행을 하면 4베드룸 캐빈을 알아본다. 방을 정할 때는 제비뽑기 등을 이용하면 서로간에 시비를 줄일 수 있다.
3. 아이들과 같이 할 수 있는 액티비티를 정한다. 가족별 시 만들기, 솔방울을 소재로 한 목거리 만들기 등 재미있고 유익한 놀이시간을 만든다.
4. 대형 캐빈들은 뒷마당에 놀이터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시설의 여부를 미리 알아보고 가까운 곳에 놀이터가 있는지도 확인한다.
5. DVD나 비디오 머신은 훌륭한 베이비시터 역할을 한다. 비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를 미리 알아본다.
6. 안전에 가장 신경을 써야 한다. 캐빈이 가파른 비탈에 세워져 있는지, 호수와는 얼마나 가까운지 등을 알라보고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병원의 위치도 확인한다.
7. 그룹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서로간의 배려라는 점을 항상 기억한다.
doopae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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