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움직이는 지질 박물관

2002-09-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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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 주필의 테마여행

19세기초 미국에 서부지역 정찰단으로 「워시번 탐험대」라는 것이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서부지역이 어떻게 생겼는가를 조사해 정부에 보고하는 것이었다. 워시번 탐험대가 와이오밍주에서 옐로우스톤을 발견 했을때 이들은 그 신비함과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이지역에 어떤 타운을 건설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부분 관광도시를 만들어 붐타운을 형성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대원중 한사람인 코넬리아 헤지스만은 결사반대 했다. 옐로우스톤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이를 자손만대에 전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으로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너무 아름다운것은 개인이 발견했다 하더라도 개인이 가질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논리였다. 탐험대는 이를 받아들여 정부에 건의했고 1872년 3월 1일 그랜트대통령은 옐로우스톤을 국립공원으로 선포했다. 미국최초며 세계에서도 처음으로 탄생한 국립공원이었다.

옐로우스톤은 왜 유명한가. 와이오밍, 아이다호, 몬타나 등 3개주에 걸쳐 3500평방마일을 이루는 대규모의 공원이라거나 버팔로, 그리즐리 곰, 무즈, 엘크 등 희귀한 동물과 기암절벽, 산정상의 아름다운 호수가 있어서가 아니다. 옐로우스톤은 경치위주의 아름다운 공원이 아니다. 지질학적 공원이다. 아름다운 공원이라기 보다는 신비한 공원이다.

옐로우스톤은 27억년 전에 있었던 바위부터 최근 형성된 석회질 언덕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변화가 한눈에 펼쳐져 있는 지질연구의 전시장이다. ‘땅의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움직이는 지질 박물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1만여개의 가이저와 온천이 흩어져 있으며 관광객이 구경하는 곳은 옐로우스톤 공원전체의 2%에 불과하다.


지구에는 네번의 대규모 화산이 터진적이 있었다고 한다. 5천만년전, 2백만년전, 130만년전, 60만년전이다. 옐로우스톤은 60만년전의 화산에 의해 형성된 지역이며 지금의 숲도 용암위에서 자란 나무들이다.

지구의 땅속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의 궁금증을 풀수있는 쇼윈도우가 옐로우스톤이다. 지구표면에서 30마일정도 땅속으로 내려가면 거기에는 펄펄 끓는 마그마(magma)라는 물질들로 꽉 차있다. 일종의 용암이다. 이 마그마가 물을 끓여 개스를 만들면서 석회층과 탄산석층을 뚫고 나오는 것이 옐로우스톤의 가이저와 온천 진흙이다.

옐로우스톤은 화산시대를 거쳐 5만년전에는 빙하시대에 파묻혀 있었으며 두 시대의 지질변화를 잘 보여주는 곳이 옐로우스톤 그랜드캐니언(사진)이다.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돌아보고 있노라면 억만년 지구의 변화속에 인간이 하나의 점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옐로우스톤이 화산과 빙하에 의해 형성된 것처럼 지구도 어느날 불과물의 심판을 받는것이 아닌가하는 기우도 생겨나는것을 실감한다. 그리고 옐로우스톤까지 가는 6시간동안 펼쳐지는 아이다호주의 광활한 평야를 바라보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도 이 코스 여행의 특징이다.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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