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슴’으로 만난 주부들 ‘나눔의 희락’

2002-09-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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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우회

당신은 진정한 친구를 갖고 있는가. 만나서 함께 샤핑과 사우나를 하고, 저녁 먹고 술 마시며 노래방 가고 남의 흉보는 친구 말고.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한 구절처럼 슬리퍼를 끌고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 이빨에 고춧가루가 끼어 있어도 흉이 되지 않는 친구, 김치 냄새가 나도 그저 정겨운 친구를 단 한 명이라도 갖고 있다면 당신은 진정으로 축복된 사람일 게다.

도우회(회장 줄리 박)는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이들로 구성된 대부분의 주말 모임이 아니다. 상처받지 않은 영혼은 없는 법. 특히 자식 키우느라,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그리고 매운 시집살이하느라 고생한 여인들의 가슴은 더할 나위 없다.


마음 따뜻한 친구에게 털어놓고 얘기할 때 아픈 상처는 치유가 되는 법이다. 지난 4월에 모임을 시작한 이후 도우회 10여 명의 회원들은 한 달에 서너 차례 모여 삶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풀어내며 값진 만남을 나누고 있다.

함께 나눌 때 기쁨은 두 배로 커지며 슬픔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더불어 살고 있음이 이다지도 가슴 뿌듯한 일인지 회원들 역시 모임을 시작하고야 알았다고 얘기한다.

연애할 때도 만나서 밥만 먹을 수는 없는 일. 때로 음악회도 가고 여행도 떠나며 더욱 가까워지는 것처럼 횟수를 더하면서 더욱 마음을 활짝 연 의미 있는 만남을 만들기 위해 도우회의 회장 줄리 박 씨는 항상 바쁘다. 좀 더 다양하고 알찬 프로그램을 꾸미느라 말이다.

지난 여름 도우회 회원들은 한국일보사에서 마련한 오페라 황진이 공연도 함께 감상했고 할리웃 보울 언덕에 올라 와인 잔을 기울이며 좋은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다. 바깥바람 쏘일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은 주부들은 도우회의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는 고백을 해온다.

배우자의 구타, 이혼 등 정신적인 충격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온 이들 가운데 모임에 나오고 나서부터 표정도 밝아지고 서서히 상처가 치유된 예는 많다.
도우회에서는 회원들 사이에 서로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양로원이나 고아원을 찾아 선행을 베풀면서 서로의 우정을 더욱 키워나가기도 한다.

겉껍데기뿐이 아닌 가슴팍으로 부딪히는 진정한 만남을 원하는 당신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도우회의 회원으로 초대한다.
연락 전화는 (213) 216-6190 또는 (213) 388-7776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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