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자앨범에 ‘좋은 아빠’추억 담는다

2002-09-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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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의 주말나기 루이스 배씨 <네트워크 엔지니어·샌호제 거주>

좋은 아빠란 어떤 존재일까. 돈 많이 버는 아빠? 투자를 잘 하는 아빠? 세상 모든 이에게 존경을 받는 아빠? 뭐니뭐니해도 자라는 어린이들에게는 그들과 수준 높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는 아빠가 최고다.
함께 놀고 캠핑을 하고, 그림을 그리며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더라도 그저 곁에 있어주는 아빠들을 보노라면 내 아이를 키워 주는 것도 아닌데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루이스 배씨(34·샌호제 거주, 네트워크 엔지니어)는 그런 점에서 참 좋은 아빠다. 올해 7세가 되는 아들, 저스틴과 함께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니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들은 아빠를 가장 친한 친구로 여긴다. 이렇게 자라난 그의 아들 역시 이담에 참 좋은 아빠가 될 것이 분명하다.
IT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주말이면 아들과 함께 보내는 즐거운 시간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느라 바쁘다. 레이크 타호, LA의 베니스 비치 등 여행 다닐 때는 물론, 그가 살고 있는 샌호제에서도 그는 아들과의 아름답고 기억하고 싶은 일상을 영상에 옮기는 데 열심이다. 신나게 뛰어 놀다 달콤한 잠에 빠진 아들을 바라보며 그는 전자 앨범(eAlbum)을 단장한다.
전자 앨범이란 말 그대로 인터넷 공간에 마련한 사진첩.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홈페이지를 꾸며 사진들을 올린 것이다.

부피도 크고 책장을 넘겨야만 볼 수 있는 기존의 앨범과는 달리 이앨범은 클릭 하나만으로 아르헨티나에 계신 이모, 브라질에 살고 있는 고모네, 한국에 계신 할머니가 모두 앨범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의 친척들은 이앨범을 통해 저스틴이 커 가는 모습을 확인한다.

기존의 앨범은 비에 젖어 사진이 버릴 수도 있지만 이앨범은 그럴 염려가 없다. 사진의 위치를 옮기려해도 사진 뒤에 붙은 아교성 물질 떼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닌데 이앨범은 편집하기 또한 얼마나 간단한지. 루이스씨는 저스틴이 어릴 때 보통 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도 모두 스캔해서 이앨범에 담았다. 이제 아들은 클릭만 하면 자신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게 됐다.

그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궁전 같은 저택도, 고급 승용차도 아니다. 아버지와 함께 한 소중한 순간들과 추억들이 고스란히 담겨진 이앨범 한 권(?)이야말로 아들에게 물려줄 가장 위대한 유산.

추억의 앨범을 들추는 그의 아들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기억을 간직한 채 참 행복한 일생을 살게 될 것 같다.
이앨범이 어떤 것인가 궁금해하는 독자들을 위해 루이스씨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공개했다.
http://photos.yahoo.com/JustinBae95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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