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유로운 삶을 위한 가벼운 조언들

2002-09-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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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나무생각 펴냄

타임지의 에세이스트로 현재 롱아일랜드대학 교수인 로저 로젠블라트가 지은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 58’(나무생각 펴냄)은 삶을 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 가도록 맡기는데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을 담고 있다.

제목은 현명한 은퇴대책등 노후를 위한 실질적인 충고들을 다루고 있을 것 같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다. 로젠블라트는 인생을 여유있게 바라보고 꾸려가는데 길잡이가 될만한 58가지의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어차피 삶은 흘러가게 돼 있으니 이 또한 나이 드는 법이라 할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로젠블라트의 조언은 가볍고 유머가 넘친다. 성공을 위한 조언들처럼 비장하게 받아 들이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읽는데 별 부담이 느껴지지 않는다. 웃으면서 읽을수 있지만 곳곳에 무릎을 치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지혜가 번득인다. 때로는 여러 페이지로 혹은 단 한줄로 던지는 조언들은 풍자적이고 냉소적이지만 파괴적이지는 않다.


가령 3번 법칙에서 로젠블라트는 “나쁜 일은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 두라”고 말한다. 불미스런 일로 물의를 일으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접 해명을 하려 든다. 그러나 저자는 “잘못을 고백한 사람이 직접적으로 자기 죄를 밝힐수록 대중은 더욱 더 그를 제거하길 원하게 된다”며 “입을 다물고 침묵의 가치를 기억하는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15번 법칙에서는 “미덕을 추구하라. 하지만 도덕군자가 되려는 꽉 막힌 생각으로 땀을 흘리지는 말라”고 충고하고 있는데 이런 채찍질을 멈춘다면 인생은 한결 견딜만해지지 않을까.

26번 조언은 우리 모두가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로젠블라트는 “학연, 지연, 경력부터 따지는 사람을 가까이 말라”고 강조한다. 이런 인간들은 세상의 어떤 일에도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보다는 좁디 좁은 자신을 넘어 더 넓은 세상에 관심을 두고 있는 사람, 그리고 당신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묻지 않는 사람을 사귀라고 권한다. 이밖에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보다는 외로움이 낫다” “휴가때는 아무 생각도 말라” “먼저 사과하라, 화해하라, 도움을 주라”등등 조언은 이어진다.

요즘 ‘성공을 위한 ~가지 법칙’ ‘~을 주는 ~가지 이야기’류의 책이 넘쳐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로젠블라트의 책은 신선함에 있어 단연 뛰어나다. 책의 글들은 ‘모던 모추어러티(Modern Maturity)’라는 잡지에 연재됐던 것들을 모은 것이다. 58개의 조언이 다 마음에 와 닿을수는 없는 법. 그 가운데 마음이 끌리는 몇가지만 잘 기억하고 실천한다해도 삶은 한결 여유로워 질 듯 싶다.
<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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