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골프 광’ 부부 대륙횡단 골프투어 1만2천마일

2002-09-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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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캬나다 거주 장춘일-장정희 커플

모든 근심과 골칫거리는 뒤에 남기고 그저 골프만이 목적인 대륙 횡단 골프여행을 떠난다. 전국을 돌면서 최고의 코스들을 찾아 시원한 티샷을 날린다. 티 박스를 떠난 하얀 공이 필드의 상공을 가로지르듯 새로운 골프장을 향해 힘차게 질주한다…. 골퍼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는 대륙횡단 골프여행. 이같은 꿈의 골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한인부부가 있다. 라카냐다에 거주하는 장춘일씨(56)는 부인 정희씨(50)와 4개월 동안 전국을 RV 차량으로 횡단하면서 무려 86개의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가졌다. 동부 캐나다를 포함해 총 35개 주를 방문했다. 1만2,035마일을 부부가 직접 운전했다. 이들의 꿈같은 골프 여행담을 들어보고 그들이 다녀온 골프장 중 가장 특별했던 곳들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백두현 기자>doopaek@koreatimes.com


장춘일씨는 골프 경력 23년에 핸디가 12인 그야말로 베테런 골퍼이다. 부인 정희씨 역시 11년 동안 골프를 치면서 14핸디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 부부가 골프를 테마로 대륙횡단을 하기로 한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였다. LA에서 북상을 하면서 시작된 여행은 오리건을 지나 워싱턴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핸들 방향을 동쪽으로 바꿔 아이다호와 몬태나, 노스다코타, 미네소타, 위스콘신, 미시간, 오하이오, 뉴욕 등을 지나 다시 북상 캐나다 몬트리올에 도착했다. 이 곳에서 뉴잉글랜드주들을 돌아 남향, 메릴랜드, 버지니아, 캐롤라이나, 조지아 등을 거쳐 플로리다에 도달한다. 다시 이 곳에서 서쪽으로 핸들을 돌려 미시시피, 텍사스, 뉴멕시코, 애리조나를 거쳐 캘리포니아에 다시 돌아오면서 비로소 여행은 끝났다.


4개월의 대장정에 나서기 위해서는 수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먼저 AAA에 가서 한 박스나 되는 양의 미전국 지도, 가이드북 그리고 캠핑 안내서를 구입했다. 휴대용(laptop) 컴퓨터와 전국 1만7,000개 골프코스의 정보가 들어있는 CD롬도 샀다. 모든 라운딩은 골프 다이제스트 가이드북이 선정한 4스타(5스타가 최고) 이상의 코스에서만 실시했다.

여행을 좋아하는 장씨 부부는 5명의 자녀가 있는데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즐기기 위해 지난 82년 모터 홈을 구입했으며 이번 여행에도 이 차량을 이용했다. 워낙 오래된 차량이다 보니 철저한 예방 정비가 필요했다. 각종 밑반찬을 챙긴 것은 물론 핸드폰도 미국 전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비상약품은 물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주치의와 언제나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고 여행에 나섰다.

드디어 지난해 6월23일 부푼 희망을 안고 매사를 천천히(운전, 골프스윙, 행동)하기로 굳게
다짐하면서 LA를 출발했다. 운전은 2시간마다 교대하면서 하루에 500마일 정도를 달리는 것을 기본으로 정했다.

중간에 오리건 크레이터 레이크 등 일부 유명 관광지들을 방문했지만 관광보다는 골프를 위
주로 여행 시간을 조절했다. 사실 워싱턴 DC에서 LA에 올 때까지 마지막 28일(총 3,805마일)은 하루도 쉬지 않고 무려 29개의 골프코스를 방문해 라운딩을 가지는 강행군을 마다하지 않았다.
86개의 골프장을 돌면서 만들어진 수많은 추억거리는 일일이 모두 나열하기가 어렵지만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정희씨가 뉴욕 롬 컨트리클럽에서 만들어낸 홀인원. 당시 한창이었던 단풍을 배경으로 조성된 그린을 향해 날아간 티샷이 홀컵에 그대로 빨려 들어갈 때는 그동안 여행에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가 한꺼번에 사라지는 듯 했다고.

오리건에서 스윙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5일 동안 척추신경 치료를 받기도 했다. 미네소타에서는 천둥번개로 라운딩을 중단했는데 캘리포니아 번호판을 보여주면서 그린피를 환불받았다. 횡단을 하면서 모터 홈도 3번이나 오일 체인지를 했으며 타이어도 바꾸고 튠업도 했다.

120일 동안 여행을 하면서 연료비로 2,281달러(1,520갤런)를 지출했으며 그린피 9,720달러, 그로서리 비용으로 1,464달러, 캠핑장 요금 2,135달러, 외식으로 1,778달러, 국립공원 입장료 등 관광으로 278달러, 자동차 정비, 병원비 등을 포함한 기타 지출로 2,544달러를 썼다. 이로써 장씨 부부가 이번 여행으로 지출한 비용은 총 2만200달러이다. 장씨는 "생각보다 비용이 적게들었다. 처음에는 3만달러 이상의 비용이 지출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장거리 골프 여행 주의점
1. 부부가 운전을 하기로 사전에 정한다.
2. 음식은 가리지 말아야 한다. 며칠동안 한식을 먹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3.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같이 있기 위해서는 인내와 양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한다.
4.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고 출발한다. 현지에서도 로컬 신문 등을 통해 할인쿠폰 등을 수집한다.
5. 같이 라운딩을 하는 사람들을 통해 다음 행선지의 정보를 얻어낸다.
6. 모든 페이먼트는 자동으로 은행에서 인출될 수 있게 조치를 취하고 여행을 떠난다.
7. AAA 등 여행클럽 가입은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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