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들과 대련하며 사라의 구슬땀 ‘서말’

2002-08-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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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람의 주말나기

▶ 정재윤-라디오 서울 파워타임 진행자

라디오 서울 방송 파워타임의 진행자, 정재윤(38 방송인)씨는 합기도와 태권도 검은 띠 보유자.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시작, 3년 만에 블랙벨트를 땄을 때의 기쁨과 감격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심부름시키려면 도망 다니던 그가 검은 띠를 딴 후에는 도복 입고 동네 한 바퀴 도는 우쭐함에 먼 거리도 마다 않고 심부름에 열심이었다고 하니 검은 띠에 대한 사내아이들의 선망이 얼마나 큰지 헤아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어릴 적 모습을 꼭 빼다 박은

아들, 저스틴 정(5)군 역시 피는 못 속인다고 노란 띠에다 사범이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붙여준 색색의 테이프가 자랑스러운 듯 연신 손을 가져간다.

바이올린에 수영, 가르칠 것 많은 미국에서 그는 왜 아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까. 계집애 같은 외모의 저스틴이 어느 날, 학교에서 친구에게 흠씬 맞고 들어 왔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키워주기 위해 태권도를 가르쳐야지 하던 생각은 이 사건으로 당장 구체화되었다. 이제 저스틴이 태권도를 배운지 6개월. 쭈삣쭈삣하던 옛 모습은 간 곳이 없고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이 씩씩하고 당당해 보인다.


어린이들의 태권도 클래스는 금방 싫증을 느끼는 아이들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도록 흥미진진하게 꾸며진다. 인사, 경례, 준비 등 한국어 구령에 힘찬 목소리로 "Yes, sir."라 외치는 어린이들을 따라 함께 소리를 지르다 보니 머리 아프던 것이 사라지고 몸에 기운이 쫙쫙 뻗친다. 저스틴이 다니는 도장의 김진환 관장은 어린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면 인내, 끈기, 책임 의식이 커가고 집중력이 향상된다고 얘기한다. 자기 방어와 체중 조절, 건강 증진을 위해 태권도를 시작하는 어른들 역시 최근들어 많이 늘었다.

매주 금요일, 도장에서는 이제껏 배운 무술 동작들을 실제 짝을 지어 실습하는 대련시간이

마련된다. 대련 시간에 사범은 어린이들의 주먹에 아프다는 시늉을 하며 쓰러진다. 이소룡과 동급인, 하늘같은 사범이 내 주먹에 쓰러졌다는 사실은 아이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든다. 사범 혼자만으로는 어린 학생들 모두의 대련 상대가 되어줄 수 없는 일. 정재윤씨는 주말 오후 시간을 아들과의 대련을 위해 따로 떼어둔다. 작은 아이가 뭐 얼마나 칠까 싶겠지만 어휴! 고 조그만 주먹이 여간 매운 게 아니다.

아들 데려다 주러 와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며 시간 보내기도 하루 이틀이지. 그는 아들을

기다리는 동안, 다시 태권도를 시작할 참이다. 도복을 입고 띠를 매는 시간에는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도 돌아보게 된다. 태권도도 ‘도’ 아니던가. 태권도로 충전된 그가 꾸미는 파워 타임은 우리들의 지친 영혼에 생기를 불어 넣어줄 것 같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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