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컴퓨터 사이버 여배우가 전세계 우상으로

2002-08-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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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Simone)
★★★★½

인간이 인간을 창조하겠다는 세상이니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사이버 여배우 시몬을 보고 놀랄 일도 아니다. 컴퓨터로 만든 배우라고 보기엔 너무나 피와 살을 지닌 인간으로 보이는데도 제작사인 뉴라인은 시몬의 얼굴은 그레이스 켈리와 오드리 헵번 등 여러 배우의 모습을 합성한 것이고 몸도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시몬은 캐나다 수영복 모델 레이철 로버츠를 디지털로 재생한 것이다.

할리웃의 내막과 영화라는 환상이 갖고 있는 엄청난 힘 그리고 일반인들의 스타 숭배를 풍자한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작품이다. 뉴질랜드 태생의 각본가이자 감독 앤드루 니콜(‘트루만 스토리’로 오스카 각본상 후보)의 아이디어가 참으로 독창적이요 신선하다.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난 우습고 흥미진진하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훌륭한 영화다.


오스카 수상 후보에까지 오른 고참 감독 빅터(알 파치노가 민감하고 섬세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뛰어나게 한다)는 자기 트레일러가 다른 배우 것보다 작다고 앙탈을 부리는 스타 니콜라(위노나 라이더가 캐미오 출연)와 싸우다 영화도 못 만들고 자신의 전처로 스튜디오 사장인 일레인(캐서린 키너)으로부터 해고당한다. 실의에 젖어 있는 빅터에게 한 컴퓨터 천재가 컴퓨터 후유증으로 죽으면서 남겨준 소프트웨어가 전달된다.

이 소프트웨어에서 탄생된 여배우가 시몬. 팔등신 미녀에 감독이 하라는 대로하는 사이버 여배우의 이름은 시몬(시뮬레이션과 원의 합성어). 빅터는 대형 사운드 스테이지 문앞에 경비원을 세워놓고 혼자서 컴퓨터로 시몬을 사용해 제작이 중단됐던 ‘선라이즈 선셋’을 만들어 빅히트를 한다.

도대체 시몬은 누구인가. 전 세계 매스컴과 팬들 및 일레인 등 영화사 간부들은 빅터에게 시몬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친다. 그러나 빅터는 시몬은 영화를 만드는 것 외에 어떤 것에도 관심이 없어 인터뷰 등 일절 대중 앞 출현을 원치 않는다며 이를 거절한다. 시몬은 연기뿐 아니라 노래와 시에도 능하고 자기 이름을 딴 향수도 만들면서 전 세계의 우상이 되는데 정체가 신비에 싸여 사람들의 궁금증만 높아간다.

그러나 거짓말에도 한계가 있는 법. 외부의 압력에 시달리다 못한 빅터가 컴퓨터의 시몬을 꺼버리면서 빅터는 시몬을 살인한 혐의로 체포된다. 빅터를 구해내는 사람은 컴퓨터 없이 못 사는 그의 총명한 딸 레이니(이반 레이철 우드). 사이버 인간이 실제 인간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생명활동을 하는 셈인데 시몬은 어찌 보면 프랑켄스타인이 만든 예쁜 괴물이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한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요즘 컴퓨터 만능세태에 대한 선견지명 있는 경고이기도 하다. PG-13.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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