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줄에 목숨 건 산 사나이들 투혼 매료

2002-08-2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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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산악회

“클라이밍은 위대한 행위이다. 무엇을 만들어내서가 아니라 그 행위 자체가 위대한 것이다. 온갖 힘을 다 쏟아야 하는 행위이기에 멋지다. 언제나 최선을 요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클라이밍이다.” 산행에서 만난 남가주 산악회의 한 회원은 산악인 로얄 로빈스의 말을 인용하며 클라이밍의 위대함을 들려준다.

암벽 타는 사나이들의 모습은 멋지다. 단단하고 다부진 육체, 밧줄 하나에 생명을 건 자기와의 고독한 싸움, 참선보다 더 깊게 완전한 몰입에 이르는 시간들.
남가주 산악회(회장 이현수)는 바위 타는 산사나이로 구성된 모임이다. 산을 즐기는 방법도 가지가지. 그냥 걷기도 힘든 산을 이들은 바위를 부여잡고 올라간다. 두 발이 아니라 손과 발로 느끼며 오르는 산. 그들만큼 산을 가장 가까이서 경험하는 이들도 드문 것 같다.

회원들은 일년에 한 두 차례, 요세미티의 빅월(Big Wall)로 특별 등반을 떠나기도 한다. 하루만에 오르지 못하는 1,000미터의 암벽은 3-7일 동안에 걸쳐 오른다. 남들은 버스 타고 편하게 관광을 하는데 뭐 좋다고 바위에 올라가 저 고생을 하는 걸까.


슬리핑백에서의 비박이 가장 불편한 잠자리인 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들은 바위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잠을 자며 바위를 탄다. 보통 사람들의 시각으로는 할 일 어지간히 없는 사람들의 미친 짓 정도로 생각될 수도 있겠다.

손끝에서 발끝까지 전신 운동이 된다는 것은 그 험한 고생을 사서하는 이유로 충분하지 않다. 늘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기에, 그리고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경각으로 항상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되기에 그들은 그처럼 바위 타기에 몰입해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수직의 암벽에서 며칠 고생하다 내려오면 물 한 모금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모든 것이 너무 편해 삶이 권태스럽다면 바위를 탈 일이다.

회원들은 암벽 등반과 마운틴 스키, 빙산 등반과 고산 등반을 통해 협동과 우애, 그리고 건강한 몸을 다져 나가고 있다. 로프 하나로 연결된 등반 파트너는 종종 생명을 나눈 평생 친구가 되기도 한다. 매년 10월께에는 암벽 등반 학교를 개최해 암벽 등반에 관심이 있는 초보자들을 교육하고 있다.

50여 명 회원들은 10대에서 50대로 그 폭이 매우 넓다. 회원들은 매주 일요일 아침 일찍 모여 LA 근교의 산에 올라 암벽 등반 훈련을 한다.
문의 (213) 427-9727(박경수 총무)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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