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속진 털어내는 ‘녹색 병풍’

2002-08-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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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마르코스 패스

LA 카운티를 대표하는 산악 레크리에이션 지역은 앤젤레스 국유림이며 오렌지와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는 클리블랜드 국유림을 들 수 있다. 또 샌타바바라와 벤추라 지역이라면 단연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Los Padres National Forest)이다.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은 중가주 카멜 밸리(Carmel Valley)부터 시작되어 LA 카운티까지 이어지는 200만에이커의 방대한 지역을 커버하고 있지만 남가주 주민들이 이용하는 대부분의 레크리에이션 포인트는 샌타바바라 산악지역과 오하이 밸리 그리고 샌루이스 오비스포 인근의 산악 지역에 집결되어 있다. 앤젤레스 국유림에 비해 몰려드는 인파도 거의 없으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낙서나 쓰레기도 찾아보기 힘든 이 곳은 추마시 인디언들의 역사가 곳곳에 스며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 내의 관광명소 샌마르코스 패스(San Marcos Pass)로 드라이브 피서여행을 다녀왔다.


LA에서 샌타바바라로 향하는 101번 프리웨이 노스는 일년 내내 언제 방문해도 상쾌한 느낌을 여행자들에게 선사한다. 멀리 신기루처럼 보이는 채널 아일랜드 사이로 불어오는 태평양의 해풍은 90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 더위를 멀리 쫓아낸다. 간간이 1번과 합쳐지는 101번 도로는 바다와 만나는 부분에서 갑자기 형성된 낭떠러지와 함께 어우러져 해안선을 따라 그림처럼 이어진다.

휴양지인 벤추라와 샌타바바라를 지나서 나오는 154번에 들어서면서 드디어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이 시작된다. 사막인 남가주는 산간지역 역시 나무가 작고 황폐한 언덕에 숲이 듬성듬성 조성된다.


하지만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의 특징은 울창한 삼나무 숲 사이에 아름드리떡갈나무가 긴 팔을 늘어뜨린 모습의 완만한 구릉들이 중간 중간에 들어서 있는 모습으로 판에 박힌 듯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난 ‘여유’를 그리고 있다.

차창 가득히 담기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 도시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시골 마을, 울창한 숲 속에 고즈넉이 앉아 있는 아담한 호텔과 모텔…. 경치가 단조롭게 스쳐 지나가는 프리웨이 여행이 아니라 팔을 뻗으면 자연을 한아름 안을 수 있는 여행을 제공하는 곳이다.

첫 번째 관광 포인트는 154번을 타고 산 정상에 올라가서 만나는 지점. 멀리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전 중에 이 곳에 도착하면 샌타바바라 해변에서 산을 타고 넘어온 안개가 분지를 흰 천으로 둘러싸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 신비한 모습에 적지 않은 감동을 받게된다.

언덕을 따라 분지 아래쪽으로 5분 정도 내려오면 인디언들의 벽화를 구경할 수 있는 ‘추마시 동굴벽화 주립공원’(Chumash Painted Caves State Park)을 만나게 된다.

사암으로 만들어진 동굴은 한때 수십 가족의 인디언들이 함께 거주하던 곳으로 1,600년대에 만들어진 동굴 벽화의 뛰어난 예술성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언덕에서 내려오다가 오른쪽에서 나오는 Painted Caves Rd.로 들어서면 공원 표지판이 보인다. 약 2마일 가량 좁은 산길을 오르면 공원이 나온다. 매우 작은 파킹랏이 있는데 차는 단 3~4대 밖에 세울 수 없다. 주말이면 무료 투어도 있다. (805)968-3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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