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컬릿 고마워요’(Merci Pour le Chocolat)

2002-08-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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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의 감지할 수 없는 감각과 우아한 스타일로 부르좌들의 편안한 외면 속에 잠복한 일탈성과 어두운 것을 예민하게 포착하는 프랑스 스릴러의 제1인자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2000년작. 나른하니 평온하고 또 민감하면서 경쾌할 정도로 사뿐한 스릴러여서 결말이 더욱 충격적이다.

샤브롤과 6편의 영화에서 함께 일한 다작(79편 출연)의 프랑스 최고의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47)의 착 가라앉은 연기가 뛰어난 심리 스릴러다. 샤브롤은 자기가 원치 않는 것은 가차없이 제거하는 철저한 자기위주 인간의 사악한 병적 심리를 섬세하고 고상하게 포착, 더욱 가공스럽다.

18년 전에 함께 살다 이혼한 유명 콘서트 피아니스트 앙드레(자크 뒤트롱)와 스위스 초컬릿 제조회사 회장 미카(위페르)는 다시 결합한다. 앙드레는 미카와 헤어진 뒤 결혼한 리스베드와의 사이에서 아들 기욤(로돌프 폴리)을 두었는데 리스베드는 기욤이 어렸을 때 차 사고로 사망했다.


미카의 로잔에 있는 저택에서 세 사람은 부와 평온을 만끽하며 살고 있는데 이들 집에 어느 날 18세난 피아니스트 잔느(아나 무글라리)가 찾아온다. 잔느는 자기와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기욤과 자기가 바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알게 된 뒤 이를 캐러 찾아온 것. 잔느는 자신과 앙드레가 모두 피아니스트라는 데서 더욱 자기의 미망인 엄마 루이즈(브리지트 카티용)를 의심한다.

잔느를 맞은 앙드레는 잔느의 얘기에 호기심은 표시하나 웃어 넘기고 대신 잔느를 제자로 삼아 한 가족처럼 대한다. 미카도 남편의 이같은 자세를 태연히 수용한다. 그런데 잔느는 미카의 행동이 수상하다고 여기면서 미카가 엎지른 기욤을 위한 뜨거운 초컬릿을 범죄병리학 실험실장인 엄마에게 분석해 달라고 부탁한다.

초컬릿이 살인수단으로 동원되는 불쾌하도록 안온한 살인 실내극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 스타일 그리고 서술방식과 진행속도가 조용하고 유연하다. 특히 감정표현을 극도로 자제한 무표정할 만큼 단순한 위페르의 연기가 인간 사악성을 몸서리 처지도록 깊숙하니 묘사한다. 성인용. Empire Pictures. 로열(310-477-5581),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타운센터5(818-981-9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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