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피어 헌팅으로 깨달은 ‘무욕의 세계’

2002-08-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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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의 주말나기

남들이 주말을 어떻게 지내는가에 관심 가진 지도 1년. 그간 참 다양하게 주말을 보내는 이들을 만났지만 제프 강(45·컨트랙터)씨만큼 희한한 취미를 가진 사람도 처음이다. 그의 취미활동을 혹자는 ‘Spear Hunting’이라고도 하고 또 일부는 ‘Blue Water Hunting’이라고도 부른다. 생소하겠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창살을 가지고 바닷물 속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것. 물고기 잡기 하면 가장 쉽게 떠올리는 낚시와 스쿠버다이빙과는 달리 스피어 헌팅은 낚싯대나 미끼, 또 스쿠버다이빙처럼 복잡한 장비도 없다. 요컨대 선사시대의 인류처럼 물 속에 들어가 숨을 참고서 고작 30피트밖에 나가지 않는 창살을 쏘아 고기를 잡는 것이다. 스피어 헌팅을 나갈 때마다 제프 강씨는 수천년전 맨손으로 먹을거리를 찾아 나섰던 원시 인류가 되는 독특한 경험을 한다.

그는 한 달에 두 차례 정도, 배를 빌려 스피어 헌팅을 떠난다. Wet Suit와 오리발, 마스크로 무장하고 창살을 든 그의 모습에서 아무런 보조호흡기구도 없이 자맥질 쳐 바다에 들어가 미역과 소라를 따오던 제주 해녀의 생명력 가득한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스피어 헌팅에서 주로 잡는 어종은 방어, 바다농어, 광어 등 생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입맛을 다실만한 것들. 잡았다가 놔주는 스포츠 피싱, 잡은 것 모두 얼음에 재어 가지고 돌아오는 낚시와는 달리 스피어 헌팅을 하는 이들은 꼭 먹을 만큼만 잡을 뿐 욕심이 없다. 내일 먹을 것을 걱정하고 비축하면서 인류의 모든 고민이 시작된 것을 생각해 볼 때 스페어 헌팅은 바로 지금, 여기에 몰입하는 좋은 방편이 되어준다.


한때는 분명 인류도 어류였던 적이 있었겠지만 아가미가 보다 발달된 호흡기관인 폐로, 지느러미가 손과 발로 진화되면서 물 속은 물고기들의 영토로 내어 준 지 오래. 수영을 그들보다 잘 하나, 숨을 쉴 수가 있나. 인간의 몸이 견디기에 결코 적합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스피어 헌팅은 육체라는 한계에 참 커다란 도전으로 다가온다.

취미 생활도 진지하게 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것. 평소 그는 물고기의 습성을 연구하기도 하고 바다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폐활량을 늘리기 위해 운동 역시 열심이다.

35파운드 짜리 방어, 60파운드 나가는 바다농어를 잡아오면 신나는 것은 그의 가족과 친구들. 회 쳐 먹고, 구워 먹고, 조려 먹고도 남아 싸주면 언제 또 바다에 나가냐고들 물어 온다. 신선한 생선을 실컷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스피어 헌팅이 주는 잿밥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과 하나 되는 커다란 기쁨이 있기에 그는 오늘도 인어 왕자가 되어 바다 속을 헤엄친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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