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출구 없는 따분한 삶은 지옥"

2002-08-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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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여자’(The Good Girl) ★★★★

주인공 저스틴(제니퍼 애니스턴)의 "소녀시절에는 세상이 거대한 캔디가게처럼 보이지만 지금 내게 세상은 감옥이다"라는 독백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탈출구 없는 따분한 삶을 살아야 하는 한 여인의 드라마이자 다크 코미디다. 먹고 마시고 TV 보고 섹스 하는 것이 사는 것의 전부인 서민의 범주를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여인을 통해 미국의 수많은 바닥인간들의 삶을 동정과 연민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척과 벅’이라는 괴이한 영화를 만든 미구엘 아르테타 감독의 병적이다시피 기분 우울해지는 작품이지만 사실적인 얘기에 환상적이요 또 코믹한 터치를 가미, 관심이 간다.

텍사스의 한 작은 도시의 손님 없는 수퍼마켓의 여종업원 저스틴은 무료와 고독, 소외감과 무기력 그리고 공허의 현신 같은 여자다. 그녀 외에 마켓의 매니저와 동료직원 및 경비원 등이 모두 이상해 저스틴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다.


바보처럼 착하나 아내의 내면을 못 읽는 저스틴의 남편 필(존 C. 라일리)은 페인터로 일이 끝나면 허구헌날 친구 버바(팀 블레이크 넬슨)와 거실에 앉아 마리화나 피우고 맥주 마시며 TV 보는 게 일. 저스틴과 필은 결혼 수년째이나 아기를 못 가져 집안 분위기가 썰렁하다.

이런 저스틴의 눈길을 끄는 것이 젊은 새 직원 홀든(제이크 길렌할). 저스틴은 정열적이요 글을 쓰는 대학 중퇴생인 홀든에게서 자신의 탈출구를 찾는다(홀든의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이름서 따온 것). 저스틴은 홀든과 섹스를 즐기며 자유와 해방감 그리고 이해와 접촉의 기쁨을 만끽한다.
그러나 홀든이 저스틴에게 병적으로 매달리면서 저스틴의 잠깐의 기쁨은 악몽으로 변화한다. 홀든이 사이코처럼 저스틴에게 집념하면서 영화는 어둡고 위험한 분위기를 갖춘다. 영화는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라는 식으로 끝이 나 보는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TV 배우 애니스턴(’프렌즈’)이 첫 드라마틱한 역을 맡아 변신, 무표정한 얼굴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라일리도 잘 한다. R. Fox Searchlight. 선셋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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