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퇴 수사관의 끈질긴 추적

2002-08-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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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러드 워크’(Blood Work) ★★★½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제작, 감독, 주연한 평범한 형사 범죄물 스릴러다. 흥미 있는 내용(지능범이 자기를 쫓는 형사를 조롱하며 서로 밀착 관계를 유지한다는 플롯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과 적당한 긴장과 스릴과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즐길 만한 영화다.

그러나 이스트우드가 나이가 먹어서 그런지 전반적 구성이 느슨하다.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고 차분하니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까지는 좋으나 그 때문에 긴장과 스릴이 꼭 조여지지 않은 나사처럼 헐렁한 느낌. 영화에서 심장수술을 받은 이스트우드처럼 서술형태가 가끔 "헉 헉" 대면서 ‘나 좀 쉬어야겠다’는 식으로 게으름을 부리고 있다.

테리(이스트우드)는 베테런 LA FBI 수사관. 그는 자기에게 메시지와 아홉 자리 숫자를 남기는 연쇄살인범 ‘코드 킬러’를 쫓다 심장마비를 일으켜 은퇴하고 샌피드로 항에 정박한 보트에서 산다. 2년 뒤 심장수술을 받은 테리에게 멕시칸 여인 그라시엘라(완다 데 헤수스)가 나타나 테리의 새 심장이 리커스토어 강도에게 살해된 어린 아들을 둔 자기 여동생의 것이라며 동생 원수를 갚아달라고 부탁한다(리커스토어 주인이 강씨로 한국 사람이 분명한데 주인 부부로는 일본과 중국계가 나온다).


테리는 절대 안정을 취하라는 의사 바니(앤젤리카 휴스턴은 소모품)의 지시를 무시하고 자기 이웃 보트에 사는 건달 버디(제프 대니얼스-절대적 미스 캐스팅)와 함께 수사에 나선다. 테리는 죽은 여자와 이 사건 얼마 전에 일어난 다른 강도사건 피살자가 동일범에 의해 살해됐으며 두 피해자가 살인범과 함께 무언가에 의해 연관돼 있다는 심증을 굳힌다. 그리고 마지막 살인사건 현장에서 다시 테리에게 보내는 ‘코드 킬러’의 메시지와 숫자가 발견된다.

테리의 새 심장과 직결된 살인사건의 원인이 교묘하니 재미있는데 사건해결 단서와 마지막 총격 신은 다소 엉성하다.

영화는 멕시칸 관객을 매우 의식하고 만들었다. 테리의 심장도 멕시칸의 것이요 또 테리를 질시하는 LAPD 형사 로날도로는 유명 멕시칸 코미디언 폴 로드리게스가 나와 요란을 떤다(그러나 그의 테리에 대한 적대감은 너무 코믹해 실감이 안 난다). 테리와 그라시엘라의 러브신은 못 봐주겠다. R. WB.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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