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요가 열풍, 주류-한인사회 클래스 개설 붐

2002-08-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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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스클럽마다 수련생 확산

’넥스트 베스트 씽’(Next Best Thing)이라는 영화에서 마도나가 맡은 역할은 요가 선생. "옴" 하는 만트라와 함께 연꽃 자세를 가르치는 그녀의 모습이 그리 어색해 보이지만은 않았다. 영화와 함께 마도나는 아쉬탄가 요가 실습 때 불려지던 전통적인 챤트를 산스크리트어 그대로 녹음한 "광명의 빛"을 발표해 요가에 대한 주류 사회의 관심을 부추기고 있다.

동양의 정신세계에 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요가 인구 또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현재 미국의 요가 인구는 무려 2,7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들어 말리부, 베벌리힐스, 벨어어, 팔로스버디스 등지의 고급 주택가를 지나다 보면 요가 스튜디오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요가는 눈에 띄게 대중화되어 바디스 인 모션, 24아워 피트니스 센터 등 헬스클럽에서도 앞다투어 요가 클래스를 개설,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운동이라 하면 뭔가 격렬하게 땀을 내고 근육을 단련하는 것인 줄로만 알던 서양인들에게 고요한 가운데 존재 깊숙한 곳으로 파고드는 요가는 왠지 운동이라 칭하기에 석연치 않은 면이 많았다. 사실 요가의 궁극적 목적은 신체적인 단련보다는 고도의 정신 집중과 삼라만상으로부터의 해탈에 있다. ‘요가의 광명’이라는 책은 요가를 대우주 혼에 소우주인 나의 몸과 마음, 영혼을 통합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육체는 모든 정신 세계의 발현. 마음의 평화를 갖게 되면서 신체적인 유연성은 물론, 근육도 단련되고 자세의 교정으로 척추질환이 치료됨과 동시에 체중조절, 소화장애 개선의 효과를 본 사람들이 많아지자 요가는 미국 상류층 가운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인사회에서의 요가에 대한 관심 역시 주류사회에서와 그리 다르지 않다. 아로마 윌셔 센터를 비롯한 한인타운의 헬스클럽에서는 앞을 다투어 요가 클래스를 마련하고 있으며 이에 참여하는 인구 역시 증가 추세다.

단전호흡을 결합한 한국형 요가를 보급하고 있는 유진희 사범은 요가를 한 마디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상심, 집착, 분노 등 감정적 불균형이 계속될 때 마음을 담는 그릇인 몸은 병들 수밖에 없다는 것. 한 자리에 움직이지도 않고 계속 앉아 일하는 신체적 불균형 상태는 우리 몸의 대들보인 척추와 골반에 무리를 가져와 소화불량, 만성 피로를 비롯한 증상을 결과한다. 요가의 동작들은 깨어진 몸과 마음의 균형을 되찾아주는 것들. 클래스에서 하는 동작들이 따라하기 힘들다면 그만큼 균형이 깨진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녀의 문하에서 4년째 요가를 하고 있는 유니스 전씨. 어깨 결림, 두통, 변비,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던 그녀였지만 요가를 시작하고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치유가 됐다며 환한 미소를 띤다. 처음에는 건강을 지키려 시작했지만 요즘에는 고요한 가운데 참 자아와 만나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 그녀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는 꼭 클래스에 참여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건강을 가꾸고 있다.

한인타운 한복판의 에너사이즈 요가 스튜디오(Enercise Yoga Studio). 저녁식사 약속이 많을 6시30분 클래스인데도 약 20명이 넘는 인원이 이마에 땀을 흘려가며 수련에 힘쓰고 있었다. "합장... 숨을 내쉬고... 다시 크게 숨을 들이쉬고... 물고기 자세..." 천천히 여러 자세의 시범을 보이며 학생들의 잘못된 자세를 교정해 주는 사범은 무엇보다 끊이지 않고 숨을 쉴 것을 강조한다. 호흡은 바로 생명이기 때문.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동작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숨을 죽이는 우를 범한다. 동작 하나하나를 정성껏 따라 하는 수강생들의 진지한 표정에서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코브라 자세, 삼각형 자세, 활 자세 등 생소한 동작을 따라 하다 보니 내장운동이 되는지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팔로 온 몸을 지탱하는 자세는 그대로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동작. 일분이 그렇게 긴 시간인지 처음 알았다. 한 시간으로 구성된 요가 클래스를 마치고 나니까 무겁기만 하던 머리가 맑아져온다. 우주의 생명 에너지를 가득 호흡해서일까. 항상 기운 없고 피곤하던 몸에 활기가 넘친다.

한인타운 인근의 요가 클래스들.

▲에너사이즈 요가 스튜디오(Enercise Yoga Studio) 월~금요일 오전 9시, 오후 4시, 6시30분 하루 세 차례 클래스가 있고 월, 수, 금요일에는 오전 6시30분 클래스도 마련된다. 한달 회원권은 130달러. 1회 수강료는 15달러. 3130 Wilshire Bl. #307 Los Angeles, CA 90010. 문의전화 (213)739-1566

▲아로마 스파 앤 스포츠(Aroma Spa & Sports)에서는 일주일에 두 차례, 화요일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한시간 동안 유진희 사범의 지도로 요가 클래스를 마련하고 있다. 아로마 회원들에게는 별도의 수업료 없이 무료로 개방된다. 3680 Wilshire Bl. Los Angeles. CA 900010. 문의전화 (213)387-0111

▲라치몬트 빌리지에 자리한 요가 센터(Center for Yoga)는 요가의 보급에 앞장서고 있는 요가 전문 스튜디오. 오전 6시45분부터 저녁 8시까지 초보, 중급, 고급의 다양한 클래스가 13~14번으로 나뉘어 마련돼 있다. 매달 둘째 주 일요일에 두 시간짜리 무료 데모 클래스를 마련하고 있다. 기본적인 동작과 호흡 법을 2~3주에 걸쳐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코스를 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 1회 수강료(15달러)를 한번 시도해 본 후 자신에게 맞는 운동이라 생각됐을 때 장기 클래스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한 달에 150달러면 무제한 클래스를 택할 수 있다. 230 1/2 N. Larchmont Bl. Los Angeles, CA 90004. 문의전화(323)464-1276


♠요가 입문을 위한 조언
준비할 것은 땀 흡수가 잘되고 신축성이 좋은 면으로 된 편안한 옷과 수건. 맨발로 하기 때문에 양말이나 운동화는 필요가 없다. 매트와 끈 등의 소도구는 스튜디오에 있는 것을 이용하면 되고 계속적으로 요가 클래스를 택하기로 결정한 이후, 자신의 것을 구입하면 된다. 초보자들의 몸에 요가의 기본동작을 익히기 위해 걸리는 기간은 약 20일 정도. 일주일에 5일, 1시간30분 정도의 과정을 실시하면 어색하던 동작이 몸에 익게 된다.

시바 삼히타는 "요기는 음식을 부드럽게 절제하면서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요가 수행은 성공할 수 없다"고 얘기한다. 태양과 공기, 토양과 물이 잘 조화된 땅에서 생산되는 과일과 채소, 씨앗과 콩 종류라면 요가식 식사에 적절하다. 우주 생명의 근원적 에너지인 프라나가 가득한 음식은 몸에 영양을 공급해주고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시킨다. 요기 가운데는 채식주의자가 많은데 초보자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채식을 할 필요는 없다. 몸과 마음의 균형이 잡히면서 우리 몸은 자연스럽게 프라나가 가득한 채식을 원하게 된다.


글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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