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인’(Signs)★★★½

2002-08-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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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감’과 ‘언브레이커블’ 등에서 초자연적이요 어둡고 신경을 건드리는 주제를 다룬 인도계 미국인 감독 M. 나이트 샤말론(각본 겸)의 공상과학 스릴러이자 공포영화다. 매년 여름 전 세계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인 ‘크롭 서클’(곡물 밭에 생기는 정교하고 거대한 기하학적 디자인의 원형과 선)이 한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그린 가족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공포 스릴러의 형태 속에 강렬한 종교적인 메시지와 분위기를 담고 있어 신을 믿으라는 전도용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다.

샤말론의 특징은 공포의 주제를 노출시키지 않아 보는 사람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것인데 여기서도 마찬가지. 공포의 누수현상을 느끼게 되는 지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작품으로 엉뚱한 코믹터치를 가미, 별난 공포영화의 효과를 자아낸다.


펜실베니아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그레엄(여태껏 못 본 멜 깁슨의 연기가 좋다)의 옥수수 밭에 크롭 서클이 생기면서 이 집에 괴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아내를 사고로 잃은 뒤 신앙을 버린 전직 성공회 신부인 그레엄의 가족은 동생 메릴(호아킨 피닉스)과 어린 두 남매 모간(로리 컬킨)과 보(애비게일 브레슬린).

크롭 서클 현상 후 베이비 모니터에는 이상한 소리들이 수신되고 개는 사나워져 보를 공격한다. 한편 이와 때를 같이해 전 세계서는 크롭 서클 현상이 다발하고 하늘에 빛을 발하는 구형 모양의 괴물체가 비행하는가 하면 마침내 브라질에서는 외계인이 비디오 카메라에 잡힌다. 그리고 사람들은 ‘별들의 전쟁’과 세계 종말을 이야기하며 공포에 떨면서 신의 보호를 찾는다.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레엄의 집안과 옥수수 밭에서 진행되는 영화는 기이한 현상이 주는 공포감 속에서 이 정체 모를 공포의 주체에 대항하는 가족간의 결집력을 유머와 따뜻한 사랑의 감정으로 그리고 있다. 샤말론 감독은 음향효과를 최대한으로 이용해 두려움을 자아낸다. 개 짖는 소리, 바람과 풍경소리, 쿵쾅대는 발자국 소리와 옥수수 줄기와 잎들의 서걱서걱 대는 소리 그리고 베이비 모니터에 수신되는 괴이한 잡음 등. 여기에 제임스 뉴턴 하워드의 서슬 퍼런 음악이 그 효과를 더욱 북돋는다. 그리고 그의 과거 영화에서처럼 내용 속의 현상과 물체는 모두 이유가 있어 등장한다.

침착하고 차분하게 공포와 불안감을 조성해 심장을 잠식하는 깨끗하고 단순한 영화인데 다소 단조롭다. 결말 부문에서 급반전을 해 사람을 놀라게 하던 샤말론의 마지막 장면은 실망스럽다.

인간사는 우연인가 아니면 뜻이 있어 발생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 영적 분위기를 지닌 영화로 컬킨과 브레슬린의 연기가 어른 뺨치게끔 훌륭하다. PG-13. Touchsto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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