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는 억압이 아닌 자유함을 주어야"

2002-08-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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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가 외면한 그 한가지 질문’/오강남 지음/현암사 펴냄

북카페 문을 연지가 벌써 1년이 다 돼 간다. 북카페 진열대에 처음 올랐던 책은 오강남 교수(캐나다 리자이나 대학 비교종교학과 교수)의 ‘예수는 없다’였는데 이 책은 큰 화제를 모은바 있다. 근본주의 기독교 입장에서 보면 수용할수 없는 주장들을 담은 이 책은 의외로 교인들 사이에서도 큰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열린 종교’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킨바 있다.

’예수는 없다’를 출간한후 한국에 교환교수로 나갔던 오강남박사가 이번에 또 다시 책을 펴냈다. 제목은 ‘예수가 외면한 그 한가지 질문’. 이 책 역시 전작처럼 ‘열린 종교’와 ‘종교간 화해’에 대한 소신을 일관성있게 담아내고 있다. 최근의 신학적 조류와 종교학적인 이론들을 다양하게 들면서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 왜 종교는 열린 자세를 갖지 않으면 안되는가"라는 물음을 천착하고 있다.

저자가 정의하는 열린 종교는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일상의 세계를 절대화 하거나 거기에 안주하지 말고 이런 세계를 초월하는 실재의 세계를 그대로 보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종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으로서 지금 가진 생각이나 안목이 어쩔수 없이 제약되고 불완전한 것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진리의 더 깊고 넓은 면을 탐구해 가도록 촉구하는 종교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믿는 것이 아닌 다른 것들은 미신이고 그곳에 진리는 없다고 가르치는 종교들은 물론 오교수가 주장하는 ‘열린 종교’의 범주에 들수 없다.


저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비유를 통해 본말이 전도된 잘못된 종교적 가르침을 통렬히 비판한다. 손가락(경전)은 달(진리)로 안내하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한데도 이에 집착해 믿는이들에게 자유함을 주기보다는 억누르고 오히려 진리를 가리는 우를 범하는 잘못된 종교, 그리고 교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진리의 길’, ‘자유의 길’, ‘믿음의 길’ 등 3장으로 꾸며져 있다. 진리의 길에서는 열린 종교로 나가기 위한 기본적인 자세들을 살펴보고 이어 자유의 길에서는 종교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동서양의 종교들을 통해 궁구해 보고 있다. 이어 믿음의 길에서는 믿음을 갖고 산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지를 다루고 있는데 많은 교인들이 갈등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헌금과 전도, 그리고 율법등 문제에 관한 저자의 생각을 담고 있다.

저자는 종교간 대화, 특히 한국의 경우 기독교와 불교간의 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고 강조한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불교의 배타성 보다는 기독교의 배타성이 한결 두드러진데 저자는 "미국의 사상가 토머스 머튼이 경고한 ‘만약 서양이 동양의 정신적 유산을 과소평가하거나 등한시 하기를 계속하면 인류와 인류의 문명을 위협하는 비극을 촉진시킬것’이라는 말을 한국의 기독교가 더욱 깊이 경청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간 대화는 이제 시대적인 요청이 돼 가고 있다. 그것을 긍정하든 거부하든 분명한 사조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만큼 이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고 본다. 책에 인용돼 있는 이슬람 수피의 성녀 리비아의 기도는 올바른 믿음과 관련해 큰 깨달음을 준다.

<오 주님/제가 주님을 섬김이 지옥의 두려움 때문이라면/저를 지옥불에 태워 버리시고/그것이 낙원의 소망때문이라면/저를 낙원에서 쫓아 내버리시옵소서/그러나 그것이 제가 주님만을 위한 것이라면/주님의 영원한 아름다움을/제게서 거두지 마옵소서>


<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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