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착한 소시민들 일상과 비애

2002-07-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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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시절’
(Happy Times)
★★★

중국 최고의 감독중 하나인 장예모(51)의 유머와 페이소스가 고루 섞인 인간 선에 관한 작품이다. 장 감독은 시대극 ‘홍고량’ ‘홍등’ 등으로 외부에 알려진 뒤 최근작품의 시대를 현재로 옮기면서 ‘한 명도 모자라선 안 돼’와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영화를 만들었다.

이번 영화는 현대 도시의 소시민들의 일상과 그들의 착한 인간성을 따뜻한 마음으로 상냥하게 포착했다. 우스우면서도 감상적일 만큼 비애감을 느끼게 하는데 이야기가 너무나 작위적이어서 볼만은 하나 큰 감동은 못 준다.


착한 사람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과장되게 묘사했고 인간애 표현이라는 목적 하나를 위해 터무니없는 플롯을 설정해 믿어지지가 않는다. 미·중 합작영화.

50대로 마음 좋은 노총각 자오(자오 벤샨)는 버릇없는 뚱보 아들을 둔 거대한 몸집의 이혼녀(동 리후아)에게 한 눈에 반해 여자의 소원대로 성대한 결혼식을 치르기로 약속한다.

무일푼인 자오는 친구 리(리 수에지안)의 아이디어에 따라 동네 뒷산에 있는 버려진 버스 내부를 빨갛게 칠한 뒤 ‘행복한 시절 호텔’이라 명칭하고 젊은 데이트 쌍들에게 시간으로 빌려준다.

여인에게 고급 호텔 경영자라고 자기 신분을 속인 자오의 버스 호텔업은 버스 철거로 끝이 나면서 자오는 궁지에 몰린다. 한편 여인은 계속 거짓말을 하는 자오에게 장작개비처럼 마른 전 남편의 눈먼 딸 우잉(동 지에)의 마사지 기술을 호텔 손님에게 이용하라고 반강제적으로 권유한다.

자오는 다시 리와 다른 은퇴한 친구들을 동원해 폐공장에 급조 마사지실을 만들어 우잉을 취직(?)시킨다. 손님들로는 자기 친구들을 들여보내고 팁은 자기 주머니에서 턴 돈. 나중에 현찰이 동이 나자 자오의 착한 공범자들은 가짜 돈을 우잉에게 집어주는데.

이런 해프닝 같은 이야기의 중심은 서서히 영글어가는 자오와 우잉간의 부녀지간의 정. 중국의 최고의 코미디언인 자오 벤샨이 좋은 연기를 한다.
채플린의 아름다운 무성영화 ‘도시의 불빛’을 연상케 하나 채플린의 영화가 신의 솜씨라면 장예모의 것은 주먹손의 솜씨. 영화가 만들다만 듯 끝난다.

PG. Sony Pictures Classics. 뮤직홀(310-274-6889), 타운센터5(818-981-9811), 유니버시티6(800-555-TELL), 플레이하우스7(626-844-6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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