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미디언 마이어스 1인4역…‘007’작심 풍자

2002-07-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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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틴 파워즈 인 골드멤버’
(Austin Powers in Goldmember)
★★★½(5개 만점)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신의 코미디언 마이크 마이어스의 빅히트 출세작 오스틴 파워즈 시리즈 제3편인데 우습고 재미있지만 농담도 지나치면 물리게 마련.
술 먹고 취한 날 건달 같은 영화로 춤과 음악과 액션과 섹스와 고약하고 해괴망측하기까지 한 언어와 시각 농담들이 무질서하기 짝이 없다.

마이어스가 국제 미스터리의 사나이 오스틴 파워즈로 나오는 이 영화는 007 영화를 철저히 풍자한 것인데(제목은 ‘골드핑거’를 놀려댄 것) 제임스 코빈이 나왔던 60년대 ‘우리의 사나이 플린트’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본드 시리즈 외에도 ‘양들의 침묵’ ‘빗속에 노래하며’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및 70년대 유행한 ‘폭시 브라운’ 등 흑인 액션영화까지 닥치는 대로 풍자했다. 잡탕 영화다.

영화 속 영화 ‘오스틴 푸시’에 나오는 수퍼스타들(영화사 부탁에 따라 거명 안함)과 함께 브리트니 스피어스, 퀸시 존스, 네이산 레인 등이 캐미오로 나온다. ‘오스틴 푸시’의 한 부분인 첫 크레딧 이전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의 풍자로 매우 박력 있고 우스운데 이 부분이 본편보다 낫다.

오스틴 파워즈는 국가를 위해 공을 쌓아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는데 이 자리에 오스틴의 아버지 나이젤(마이클 케인이 능청맞다)이 불참, 오스틴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오스틴은 영국 최고의 스파이이자 바람둥이인 아버지 콤플렉스에 걸려 있는데 아버지가 세계를 정복하려는 사악한 골드멤버에게 납치돼 1975년의 뉴욕으로 끌려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황금광인 골드멤버는 자기 피부껍질을 칩처럼 먹는데 금을 녹이다 잘못돼 생식기가 달아났다.

타임머신 자동차를 타고 70년대로 돌아간 오스틴은 여기서 왕년의 자기 파트너이자 연인이었던 섹시한 흑인 미녀 폭시 클레오파트라(‘폭시 브라운’의 팸 그리어 풍자판인데 인기가수 비용세 노울즈의 데뷔)와 재회한다. 한편 닥터 이블은 자기 분신인 꼬마 미니 미와 함께 감옥을 탈출, ‘프레퍼레이션 H’ 계획으로 오스틴을 제거하고 세계를 초토화시키려는 골드멤버와 손을 잡는다.

오스틴측 대 닥터 이블측의 요란한 액션이 벌어지고 나이젤의 청천벽력성 고백에 의해 오스틴과 닥터 이블의 관계가 밝혀지면서 외톨이가 된 닥터 이블의 아들 스캇이 4편에서 복수하겠다며 끝난다. 수모선수로 나온 팻 배스타드의 그림자 쇼와 오스틴 대 미니 미의 대결 등 배꼽 빼게 하는 에피소드가 많아 웃기는 하면서도 너무 지저분하고 상스러워 입맛이 쓰다.

마이어스가 1인 4역을 신나게 하는 어리석고 건들거리는 영화로 쾌활하고 장난기 있어 즐길 만하다. 제이 로치 감독.
PG-13. New Li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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