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정한 휴식위해 ‘책의 바다’로

2002-07-2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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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으로 인해 우리 모두의 초여름은 축제 같은 기간이었다. 이제 그 감동과 흥분됨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 자아를 성찰하고 사색의 시간을 갖기에 독서만큼 좋은 방편은 없다. 햇살 아래 누워 책이 인도하는 세계로 떠나는 마음 여행의 기쁨이 얼마나 크면 ‘독서삼매경’이라는 표현이 생겨났을까. 무아의 경지에서 맛보는 선의 최고점이라는 풀이조차도 범어 사마디 (Samadhi)에 어원을 둔 삼매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독서가 가져다주는 잔잔한 기쁨을 책 읽는 여인의 초상 한 점으로 표현해 낸 위대한 화가 르느와르와 피카소에게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진다.


인사회에도 많은 ‘책벌레’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동양선교교회 담임 강준민(45)목사의 책사랑은 유별나다.

대형교회 담임으로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써야 하는 가운데서도 그는 책을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요즘도 일주일에 적어도 한 두 번은 책방에 들르고 그때마다 10권 정도는 사간다는게 서점주인들의 말이고 보면 그의 독서량을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교회사무실은 빽빽이 꽂혀진 책장에 사면이 둘러 쌓여 있어 흡사 도서관에 들어선 느낌이다. 하지만 집에 소장한 책에 비하면 이는 아무 것도 아니라 하니 그 많은 책을 사서 베개로 삼을 이유는 없겠고 그의 엄청난 독서량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하루에 거의 두 권 정도를 읽는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아무리 목회자라 하더라도 하느님이 예쁘다고 스물 네 시간에 더해 보너스 시간을 주지는 않을 테고 도대체 무슨 시간이 나서 그렇게 다독을 하는 걸까.

세상 모든 것이 마찬가지겠지만 독서야말로 시간을 따로 떼어두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 우선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고요한 가운데 책을 읽고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며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독서를 한다.

그가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휴가란 아무런 제약 없이 읽고 싶은 책 실컷 읽는 것. 책 속에 진정한 휴식이 있기 때문이다.
설교 준비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그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은 청소년시기부터 키워온 좋은 습관이며 취미이다.

책 속에 감추어진 보배를 나누고 싶다는 거룩한 부담감이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싫은 일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노릇.
독서할 때만큼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그는 그리 많이 알지 못한다. 그의 가장 좋은 친구인 책에 온전히 몰입, 자아를 잊는 기쁨을 그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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