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낚시와 환경보호

2002-07-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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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돈도 비치의 반나절(1/2 혹은 3/4 Day) 일정의 낚시는 25년 전과 별다른 게 없다는 느낌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찾던 그곳은 피어가 다소 현란해지고 관광객이 늘었을 뿐 시원한 바닷내음과 강태공의 모습은 예전 그대로다. 광어, 샌드 배스, 칼리코 배스 등 근해에서 잘 잡히는 주요 어종도 달라진 게 없다.

다만 예전에는 6~7파운드 정도의 고기를 잡아서인지 제한 마리수나 크기 등에 구애받지 않았던 것 같다. 남가주 근해의 섬, 카탈리나, 샌 클라멘티, 채널 아일랜드 등도 여전히 양질의 칼리코 배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해양학자들은 작금의 미 서부해안의 오염 정도와 생태계 파괴 조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폐수방류 등 인위적 환경오염도 오염이려니와 마구잡이식 고기잡이로 어종의 고갈이 우려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낚시인 개개인이 환경파수꾼을 자청 정해진 규칙을 지키고 보호, 감시하지 않는 한 다음 세대까지 낚시를 즐기는 기쁨이 이어질지 조차 보장할 수 없다.


가주해양국(DFG)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가주 인근의 낚시 인구는 10년전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매년 전년대비 5% 정도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낚시 인구의 급증은 어종의 적정 공급 이상의 수요를 조장할 가능성이 커 자칫 어종의 고갈과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우려마저 낳고 있다. 낚시인들이 즐겨 잡는 어종 중 투나, 옐로테일 등은 비교적 빨리 자라나지만 근해에서 서식하는 광어, 민어 종류의 고기들은 성장 속도가 더뎌 크는데 오랜 시일이 걸린다.
예컨대 근해 낚시의 주요 인기 어종인 캘리코 배스의 경우 12인치 정도의 크기로 자라는데 무려 8년 이상이 소요된다.

산란 기간동안 12인치 이하의 배스들은 5,000개의 알들을 낳을 수 있으나 6~7파운드 짜리 배스들은 무려 10만개의 알들을 산란할 수 있다.
즉, 큰 고기들을 보호하는 것이 어종 고갈을 막는데 한몫을 한다는 얘기다. 특히 큰 고기들은 오랜 세월동안 거친 환경에서 자라 강하고 좋은 유전인자를 지니고 있어 이를 보호하고 산란을 장려해 남가주 연안에서 양질의 고기들이 더 많이 서식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낚시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본인도 5파운드 이상의 큰 고기들은 사진을 찍은 후 다시 방류하고 있다. 미래와 후손들에게 남겨줄 풍족한 남가주 근해의 해양자원 보호와 낚시 터전을 위해 큰 고기들은 낚시를 즐긴 후 다시 풀어주고 산란케 해 더욱 더 풍요로운 낚시를 즐기도록 하자.
주영문<영스낚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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