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사능 누출 소련 핵잠함에 핀 휴머니즘

2002-07-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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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9: 미망인 제조기’
(K-19: The Widowmaker)
★★★★(5개 만점)

미·소간 냉전이 절정에 이르렀던 1961년에 발생한 소련 핵미사일 잠수함의 치명적 사고와 이것에 대응하는 함장과 선원들의 용기와 희생을 힘차게 그린 훌륭한 드라마다. 소련 최초의 핵잠수함 K-19의 원자로 냉각장치의 고장사건은 그후 군사비밀로 감춰졌다가 30년후에야 공개됐다.

이 영화는 협소한 공간에서 벌어지는 액션 서스펜스 스릴러이자 강철같은 의지를 지닌 두 남자의 대결 그리고 절대절명의 위기 앞에서 발휘되는 희생과 영웅정신과 조국애의 감정 가득하고 튼튼한 휴먼 드라마다.


2000년에 발생한 러시아 잠수함 쿠루스크의 해저사고로 118명의 해군이 수장당한 사건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 실화인 이 영화가 더욱 사실감이 있다. 잠수함영화의 두 걸작 ‘상과 하’의 미·독 두 함장의 의지와 머리싸움 그리고 숨막히도록 조급한 독일 잠수함영화 ‘보트’의 촬영과 폐소공포감을 연상시키고도 있다.

소련 해군은 미 핵잠함에 대결키 위해 K-19 건조와 진수를 서둘러 진행한다. 이에 항의하던 베테런 잠수함 함장 미하일 폴레닌(리암 니슨)은 직위 해제되고 오직 임무에 죽고 사는 철저한 군인인 알렉세이 보스트리코프(해리슨 포드)가 새 함장으로 취임한다. 폴레닌은 새 함장의 부하로 동승한다.

수병들은 인자한 마음으로 자기들을 이끌던 폴레닌을 자신들의 진짜 함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 취임한 보스트리코프는 서둘러 건조된 K-19이 진수하자마자 강훈련을 실시한다. K-19의 첫 임무는 북극해로 항해 미사일 실험발사를 하는 것.

과격한 훈련 때문에 보스트리코프와 폴레닌은 자주 충돌하는데(진 해크만과 덴젤 워싱턴이 나온 잠수함영화 ‘크림슨 타이드’가 생각난다) 둘은 그러면서도 해군과 조국에 대한 사랑이 강해 임무수행을 해나간다. 미사일 실험발사를 성공리에 마친 K-19에 나토기지를 비켜 미 동해안으로 항해, 워싱턴 D.C.와 뉴욕의 중간지점에서 순찰활동을 하라는 지시가 내린다.

이 임무를 위해 K-19이 항진한 지 얼마 안돼 함내 원자로의 냉각장치에 고장이 나면서 방사능이 누출되기 시작한다. 고장을 못 고치면 핵이 녹아 폭발하면서 K-19은 물론이요 인근 나토기지가 초토화하고 결국 이것은 제3차대전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뒤로 영화는 죽음을 각오하고 고장난 냉각장치를 고치려고 원자로 안에 들어가는 선원들의 희생과 영웅정신 그리고 이를 밖에서 지켜보는 나머지 선원들의 초조와 불안에 촛점을 맞춘다. 일단 냉각장치 고장은 수리되나 얼마 있다 다시 방사능이 누출되기 시작한다.

당시 K-19에는 139명이 탑승하고 있었는데 원자로에 들어갔던 사람은 물론이요 누출된 방사능에 오염돼 귀항한 선원들 20여명이 후에 사망했다. 감독은 액션전문 여류 캐슬린 비글로로 힘차고 빈틈없는 솜씨. 포드와 니슨의 우람찬 연기대결이 좋은데 마지막 부분은 사족. PG-13. Paramoun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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