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뒤뜰 야영

2002-07-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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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위에 멀리 갈것 있나…집에서도 별밤 묘미

우리들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수많은 추억 가운데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떠난 캠핑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캠핑 떠나기 전날 밤의 설레임, 툭 트인 대자연과의 신비한 교감. 텐트를 치며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은 청소년기의 자녀들에게 집 한 채를 마련하는 것보다 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무 가지를 주워 버너에 불을 지피고 코펠에 물을 떠다가 밥을 지으면서 매일 식탁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노고를 헤아리기도 했었다.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캠프 화이어. 모닥불을 피워놓고 마주 앉아 향기로운 커피 한잔을 음미하며 밤새도록 이야기꽃을 피웠던 기억. 기타 줄을 퉁기며 목소리를 합하여 노래를 부르다보면 풀벌레 노래 소리에 밤은 깊어만 간다. 머쉬멜로우와 감자를 불에 구운 밤참은 일상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행복의 요소들이 아닐까. 밤하늘의 별을 헤아리며 캠프장에서의 여름밤은 깊어만 갔다.


여름 방학을 맞은 자녀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소중한 기억을 마련해주기 위해 배낭을 꾸리기는 해야겠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다. 차일피일 미루기도 하루 이틀, 이러다간 방학이 후딱 다 지나가 버릴 것 같다.

두 아들을 둔 고병권씨(42·무역업), 명순씨 (39·주부)부부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을 위해 캠핑을 떠난다는 게 마음뿐이었던 학부모들중 하나. 하지만 금년의 경우는 얘기가 좀 다르다.


큰아들 찬희(11)가 보이스카웃 활동을 시작하면서 캠핑이라는 단어는 이들 가족에게 성큼 가깝게 다가왔다. 이미 이 달 초 온 가족이 일주일간의 스카웃 캠핑을 함께 다녀왔는데 작은아들 건희(5)가 또 아빠를 보챈다.

캠프장 예약해 놓은 곳도 없지, 뭐 뾰족한 수가 없을까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찬희가 속한 보이스카웃 777대대의 스카웃 매스터 조셉 신(32·레저 사업 운영)씨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집 뒤뜰에서 야영을 해보지 그러세요?” 고병권씨는 무릎을 내리쳤다. 그래, 그 생각을 왜 못했을까. 한국에서도 중·고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들이 학교 뒷마당에서 캠핑을 하는, ‘뒤뜰야영’이라는 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오늘 뒷마당에서 캠핑한다”는 자랑에 찬희 친구인 한별이도 합류를 했다.

스카웃 매스터인 조셉 신씨는 집 뒷마당에서 하는 야영이지만 캠핑 본래의 의미를 다하기 위해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내세웠다. 우선 정오까지 소년들이 실제 캠핑을 갈 때 짐을 싸듯 배낭을 꾸리라고 주문을 했다. 옷가지나 음식 재료, 게임 도구 등 중간에 빠트렸다고 집으로 다시 들어가 가지고 나오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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