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히딩크 축구로 살펴본 바람직한 경영전략

2002-07-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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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현·김화성 지음/바다출판사 펴냄

월드컵이 끝난지 2주가 가까워 오지만 그 흥분은 아직도 몸속에서 빠져 나가지 않고 있다. 전세계 한국인을 하나로 만들고 우리 모두에게 일생일대의 기쁨과 환희를 안겨주었던 드라마의 감격이 그리 쉽게 사그러 들겠는가. 금단증세 같은 허전함은 있지만 당시의 감격은 오래된 사진 다시 끄집어 내 보듯 두고두고 조금씩 되새겨 볼 일이다.

이번 월드컵이 낳은 최고의 스타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다. 기관차가 달리는 듯한 한국의 질주가 계속되면서 히딩크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정과 찬사는 신드롬을 넘어서 광기수준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월드컵이 막을 내린 지금 히딩크가 남기고 간 것은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그리고 곰곰이 따져볼 때이다. 그가 한국에 선물하고 간 것은 ‘월드컵 4강’이라는 객관적 결과물이라기 보다는 축구팀의 리더로서 그가 한국사회에 심어 놓은 보이지 않는 가치들이 아닐까 싶다.

월드컵이 끝나자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넣은 골수보다 많은 히딩크 관련 서적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책들이 다 잘 팔리고 있다니 가히 ‘히딩크 열풍’이라 할만 하다.


이런 책들가운데 경영학자와 축구전문기자가 같이 쓴 ‘CEO 히딩크-게임의 지배’는 내용의 견실함에서 다른 책들에 앞서고 있다. 일부 책들의 경우 한국팀이 선전하자 많은 필자들을 동원해 급히 만들어낸 흔적들이 역력한데 비해 이 책은 히딩크가 혹독한 비판을 받던 시기에 쓰여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차별화 된다. 월드컵 결과와 관계없이 히딩크가 한국축구를 바꿔 놓기 위해 시도한 실험의 과정에 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한국팀이 좋은 성적을 거둠에 따라 군데군데에 관련된 내용을 첨가한 정도에 그치고 있어 그만큼 분석에 깊이가 있다.

이 책은 히딩크를 축구기술자가 아닌 축구 경영자, 조직의 리더라는 관점에서 써내려 가고 있다. 그는 어떻게 변화를 관리했으며 조직원들을 어떻게 다뤘고 그들의 잠재력을 어떤 방식으로 극대화 했는가를 꼼꼼히 살펴본다. 지은이들은 "책을 써가면서 축구와 경영이 너무나도 닮아 있는데 놀랐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저 말 잘듣고 불만없는 직원들로 경영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런 직원들만 있던 시대에 무슨 리더십이 필요했으며 무슨 팀워크가 필요했겠는가. 이제는 자기 기준에 세상을 맞추기 보다는 세상에 자기 기준을 맞추어야 할때"라며 책을 저술한 의도를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히딩크 축구와 그의 팀 관리 전략을 통해 바람직한 경영방식을 제시하면서 벤치마킹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히딩크 전략 하나하나를 전세계 기업들의 사례와 연관지어 설명해 독자들의 구체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히딩크와 대표팀에 얽힌 많은 일화를 곁들여 자칫 딱딱해질수 있는 내용을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다.


<조윤성 기자>yoonscho@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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