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헝가리언들 삶의 공허 그려

2002-05-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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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공장의 하모니’
(Werkmeister Harmonies)

헝가리 공산정권 붕괴 이후 혜성처럼 나타난 초현실적 감독 벨라 타 감독의 2000년작 흑백영화로 상영시간 145분짜리.

벨라 타 감독이 1964년에 만든 7시간짜리 대작 ‘사탄탕고’(Satantango)라는 영화는 90년대 세계 영화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공산주의가 몰락된 후의 동유럽을 이해하는데 지침서가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그의 영화는 뛰어난 흑백촬영으로 작품의 심오한 의미를 표현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면서 선험적 경험을 하게 된다.

타의 영화의 각본을 쓰는 감독의 오랜 친구 라슬로 크라스나호카가 저술한 ‘저항의 우울’(The Melancholy of Resistance)이 원작인 이 영화는 먼 헝가리의 한 작은 마을을 무대로 공허한 삶과 주정뱅이들의 저녁과 진흙탕 길을 묘사한 탁월한 작품이다.

이 마을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외국인들의 유랑 곡예단이 도착하면서 마을사람들은 곡예단이 선전한 ‘왕자’의 출현을 기대하게 된다.
그러나 약속한 ‘왕자’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마을에 불안과 긴장감이 서서히 감돌게 되고 마을은 마침내 묵시록적인 무차별 폭력의 광기에 휩싸이게 된다.

롱테이크를 즐겨 쓰는 타 감독의 형이상학적이요 은유적이며 또 신비한 작품으로 주도면밀한 리듬으로 사로잡는 마력이 있다. 라스 루돌프와 하나 쉬굴라 주연.
31일 하오 7시30분과 6월1일 하오 6시와 9시. 카운티 뮤지엄 빙극장(5905 윌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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