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폐품에 ‘생명’ 불어넣는 즐거움

2002-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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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뜰주부 성효진씨의 물품 재활용 절약정신

자원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물품 재활용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물건이 조금 낡았다고 버리는데 익숙해진 우리들에게 발우와 가사 한 벌만을 소유할 수 있었던 과거의 수행자들은 많은 교훈을 던져준다. 못쓰게 된 물건을 그냥 버리지 않고 최대한 재활용 하려는 노력은 그래서 경제적 차원을 뛰어 넘어 삶의 태도와 관련된 진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도 할수 있다.

지난 1월 본보에 폐품을 이용해 생활 소품과 장식품을 만들며 주말을 보내는 이명화(42· 주부)씨의 이야기가 소개된 후 많은 독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전후 세대를 거치며 어려움을 몸소 경험했던 것은 아니지만 성효진(42·주부)씨는 남들이 쓰다 버린 물건을 보면 세상으로부터 따돌림받은 천덕꾸러기를 보는 것 같아 가슴 끝이 아려온다.

새 소파를 사는 것보다 골동품상에서 고 가구를 사다 천을 새로 입히며 더욱 흐뭇함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에서일 게다. 주인을 잘 만났더라면 멀쩡하게 잘 쓰임 받을 물건들에게 어떻게 하면 새 옷을 입힐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녀의 눈에 이명화씨 기사가 눈에 번쩍 띄었다.


이씨도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혼자만이 아니라는 게 반가워 기쁜 마음으로 황금 같은 주말에 시간을 냈다. 평소 소품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머니 최선복(67·주부)씨, 친구 제인 박(35·주부)씨와 함께 한인타운에 살고 있는 이씨의 집 문 앞에 서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화환이 그녀들을 반겨 준다.

테이블 위에는 벌써 작품을 만들 준비물들이 놓여져 있었다. 말린꽃과 아크릴 물감, 붓, 글루 건, 리본, 액자, 바구니, 헌 와이셔츠, 그리고 단추들. 저것으로 뭐 대단한 걸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무마시키기라도 하듯 한쪽 옆에는 이씨가 똑같은 재료를 써서 만든 작품들이 곱게 놓여 있었다.

오늘은 곰 인형 바구니를 만들기 시작했다. 남편의 헌 와이셔츠를 곰 인형 패턴대로 잘라 솜을 집어넣고 눈과 입은 한 땀씩 수를 놓았다. 모아두었던 단추를 달아 코를 만든다. 바구니에 아빠 곰, 엄마 곰, 아기 곰을 차례로 넣었더니 곰 가족들이 제법 사랑스럽고 귀엽다. 두 아들 석이와 필이의 선생님에게 곰 인형 바구니를 선물했더니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지더라는 그녀의 표현이 결코 과장은 아닌 것 같다.

"자! 그럼 우리 한 번 같이 만들어볼까요." 오늘을 위해 99센트 스토어에서 액자를 새로 사 온 이씨는 마치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지방 공방의 스승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다. 세 명의 주부들도 조심스럽게 액자의 유리를 떼어내며 이씨의 손끝에 온통 신경을 집중한다.

총처럼 만들어져 사용하기 편한 글루 건을 이용해 말린꽃을 붙이고 리본을 단 후에 아크릴 물감으로 구름을 그려 넣었더니 한 점의 예쁜 꼴라쥬가 탄생됐다. 평소 응용 능력 뛰어나다는 말을 많이 들어온 성효진씨는 말린꽃을 붙인 후 구름과 함께 아래편에 푸른 잔디와 양떼도 그렸다. 라카를 뿌려 마무리 작업을 하고 들여다보니 스스로가 만들었다는 대견함 때문인지 퍽 예뻐 보인다.

인테리어 전문 숍에서도 발견하기 힘든 생활 소품의 재료들을 돈 한푼들이지 않고 생활 주변에서 마련하는 이씨처럼 성효진씨도 앞으로는 눈을 크게 뜨고 다닐 예정이다. 나뭇잎, 솔방울, 도토리 깍정이, 깨진 접시와 타일 조각, 이제는 작아 못 입게 된 아이들 옷, 화장품과 와인 빈 병,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단추들 모두가 귀한 작품의 소재가 될 터이다.

휑하던 흰 벽에 직접 만든 벽걸이와 액자들이 하나 둘 걸리면서 얼마나 공간이 화사하고 따뜻해질까 상상하니 벌써부터 즐겁다. 왠지 심심해 보이던 모서리는 이제 개성 있는 표정을 갖게 되겠지. 어디 내 집 장식뿐일까. 마음과 정성이 가득한 그녀의 분신들을 선물로 받게 될 이웃들의 기쁜 표정을 그려보는 그녀의 가슴팍은 이미 행복감으로 가득 차 온다.



말린꽃을 이용한 장식용 액자 만들기

♠준비물
▲장미나 안개 등 말린꽃 약간. : 꽃을 말릴 때 헤어 스프레이를 뿌려두면 형태가 변하지 않고 예쁘게 마른다.
▲글루건과 글루 : 99센트 스토아 또는 홈디포에서 구할 수 있다.
▲지푸라기 : 마켓에서 생선 묶어 놨던 것을 이용했다.
▲액자 : 99센트 스토어에서 99센트에 구입.
▲아크릴 물감과 붓 : 유화와 수채화의 분위기를 함께 낼 수 있고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 좋은 소재. 한 번 마련해 두면 두고두고 이용할 수 있다. 아트 스토어에서 구입.
▲가위
▲마무리용 라카 : 홈 디포에서 구입.

♠만드는 방법
▲먼저 액자의 유리를 떼어낸다.
▲말린 꽃 서너 송이를 색깔과 길이를 조화시켜 가위로 잘라 액자에 글루를 이용해 붙인다.
▲지푸라기로 리본을 만들어 아랫부분을 장식한다.
▲아크릴 물감을 풀어 붓으로 구름, 잔디 등, 원하는 오브제를 그려 넣는다.
▲나무 액자의 가장자리에도 패턴을 그려 넣으면 훨씬 예쁘다.
▲라카를 뿌려 재료들을 고정시키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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