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흡혈귀 가족들간의 끔찍한 피범벅 액션

2002-03-2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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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 II’
(Blade II)
★★★

이렇게까지 폭력적이고 피투성이인 액션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하고 또 메스꺼워 그나마 갖추고 있는 스타일과 빠른 속도의 박진한 액션이 주는 재미가 반감한다.

기예르모 델 토로 멕시코 감독은 공포영화 전문인데 노골적인 유혈과 폭력보다는 분위기로 겁주는 연출을 했었다(’크로노스’ ‘악마의 등뼈’). 이 영화는 ‘미믹’에 이은 그의 두번째 미국 영화로 델 토로는 완전히 할리웃에 매수 당한 듯 시종일관 목불인견인 시뻘건 잔혹물을 만들었다. 마블만화를 원작으로 한 1998년 히트작의 속편인데 특수효과와 정신을 빼놓는 액션과 랩을 섞은 젊은층을 겨냥한 영화다.


반인반흡혈귀인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는 등에 장검을 찬 흡혈귀 킬러. 블레이드는 오프닝 크레딧 이전에 일단 자기 아버지 같은 위슬러(크리스 크리스토퍼슨)를 납치해 간 흡혈귀들과 한바탕 폭력전을 치른다.

그런데 어느 날 블레이드를 처치하려고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막강한 힘을 지닌 흡혈귀의 임금 다마스키노스의 이국미가 풍기는 딸 니사(레오노어 바렐라)가 블레이드 앞에 나타나 휴전을 제의한다. 목적은 흡혈귀와 인간을 모두 멸종시키려 드는 수퍼 흡혈귀 두목 노맥을 처치하자는 것.

블레이드와 위슬러 그리고 신병기 제작의 천재인 스커드(노만 리더스) 등 인간들과 니사와 라인하트(론 펄만)를 리더로 한 흡혈귀 특공대들은 노맥과 그의 수많은 산송장 흡혈귀들을 괴멸하러 랩송을 들으며 느린 동작으로 행진한다.

여기서부터 끝까지 레슬링, 태권도, 쿵후, 당수에 칼부림과 총격과 폭파로 장식된 피범벅 액션이 이어진다. 목에 이빨을 꽂고 피 빨아 마시는 소리, 팔 다리가 꺾어지는 소리에 비명과 아우성이 고막을 찢어놓고 사방팔방으로 핏방울이 튀고 블레이드는 핏물탕에서 목욕까지 한다.

요즘 미국병인 마약과 AIDS 그리고 DNA 조작에 의한 새로운 생명체 창조 같은 것을 비판하는 기색도 보이나 공연한 소리. 흡혈귀간 가족 갈등에 블레이드와 니사간의 로맨스 분위기도 잠깐 내비친다. 그렇게 얻어맞는데도 블레이드의 선글라스는 왜 벗겨지지 않는지 내내 궁금하다. R. New Lin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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