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층빌딩도 묻혀버린 ‘무덤마을’

2002-03-2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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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카이로는...

카이로는 현재는 번듯한 고층빌딩들이 촘촘히 들어서 있고 고급차량들도 줄을 잇지만 전체적으로는 피라밋과 스핑크스와 미이라가 도시를 대표하고 있다.

그래서 관광가이드들은 카이로를 ‘죽음의 도시, 무덤의 도시’라고 한다. 카이로 시내에서 가까운 기자지역에서 발굴되어 전세계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피라밋 3개와 스핑크스도 결국은 죽은 자를 위한 건축물이다.

같은 맥락으로 시내 중심가에는 보기에도 음산한 공동묘지가 수백에이커에 걸쳐 회색의 흉물스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이 거대한 무덤군락은 멀리서 보면 회당이나 멋진 건축물이다.


죽은자의 영혼은 반드시 부활하고 그때 시신이 없으면 살아나지 못한다며 미이라를 만든 전래 믿음에 따라 각양각색의 건물형식으로 서있다. 왕들은 죽음을 준비하며 피라밋을 지었고 귀족이나 개인 미이라는 각자 자신의 부에 따라 건축된 건물묘지에 보존된 것.

사후를 중시하는 이같은 믿음은 현재까지도 이어져 정부조차도 보기 흉한 이 무덤단지를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 무덤에 최근에는 무작정 상경 극빈자나 높은 집세를 감당치 못하는 홈리스들이 스며들고 있다. 이 숫자가 이제는 백만을 넘어선다는 통계다. 결국 정부는 이들에게 수도와 전기까지 공급, ‘무덤마을’이라는 카이로만의 특별한 명물을 만들어냈다.

카이로의 색깔은 도통 비가 오지 않아선지 전체적으로 먼지빛이다. 이제는 고층빌딩과 아파트, 또 고급차량이 즐비하지만 차선이 아예 없는 길에는 아직 차량과 나귀 탄 사람들이 뒤섞여 있다. 차선이 없는데다 온통 경적투성이인 거리에는 온몸과 얼굴을 감싼 여성과 남성들이 현대의상을 입은 사람들과 나란히 걷고 있다.

한국보다는 낮지만 교통사고율이 세계 2번째이며 술을 못먹고 못팔며 또 범죄에 대해서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엄격하게 처벌하지만 범죄율도 치솟고 있다. 공해문제도 심각하다. 특별히 갈곳이 없어 방문객에게 주는 최고 대접은 나일강에 배띄우고 배꼽이나 젖가슴도 꽤 많이 드러낸 미인의 춤을 보며 야경을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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