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리슨의 꽃들’(Harrison’s Flowers)

2002-03-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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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아프간 전쟁을 취재하던 월스트릿 저널의 대니얼 펄 기자의 죽음을 실감할 수 있는 전쟁종군 사진기자들의 필사적 임무수행을 다룬 극사실적 영화다. 전장이라는 지옥을 헤집고 다니는 사진기자들의 눈을 통해 소위 ‘인종청소 캠페인’인 크로아티아 전쟁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면서 여기에 한 여인의 남편에 대한 집요한 사랑을 실어 사랑과 파괴를 격렬하게 대비시키고 있다.

내용이 다소 믿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으나 감정적으로 강렬하고 또 통렬히 사무치는 영화로 온몸과 마음이 구타를 당하는 듯이 전쟁의 참상과 잔혹성을 끈질기고 자세하니 묘사했다. 이런 반인간적이요 비인간적인 생명파괴 행위의 어두움을 한 여인의 불같은 사랑이 횃불처럼 뜨겁게 밝히면서 사랑의 힘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그녀를 돕는 사진기자들의 죽음을 무시한 진실기록 정신이 작품에 무게를 준다.

퓰리처상을 받은 뉴스위크 전쟁사진기자 해리슨 로이드(데이빗 스트레테언)가 전쟁의 참혹한 기억에 환멸을 느껴 은퇴를 하기 전 마지막 임무로 크로아티아 전쟁에 파견되나 실종된다. 이에 어린 두 남매의 어머니로 뉴스위크의 사진부장인 새라(앤디 맥다월)는 단신으로 남편을 찾아 현지로 떠난다.


새라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통해 과거 유고 땅에 발을 디디자마자 세르비아군의 공격을 받고 죽기 일보직전에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는데 이때부터 그녀의 지옥여정이 시작된다. 이야기는 1991년 세르비아군의 크로아티아 마을 부코바에 대한 포위공격 속에서 일어난다.

새라를 돕는 것이 인간광기에 분노하는 피가 끓는 젊은 프리랜서 사진기자 카일(에이드리안 브로디)과 카일의 동료 마크(브렌단 글리슨). 그리고 뒤늦게 이들에 합류하는 것이 해리슨의 동료기자 예거(엘리아스 코테아스). 이들은 마치 전장의 군인들처럼 포화와 총탄 사이를 뚫고 부코바에 도착한다.

이 과정에서 새라의 지극한 사랑이 부각되고 또 이 사랑은 전쟁의 참상에 심장이 마비된 남자들의 마음을 감동시켜 4인은 일심동체가 되어 인간의 야수적 행동을 목격하고 기록한다. 새라가 크로아티아에 도착하면서부터 영화가 거의 다 끝날 때까지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학살과 파괴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마치 불굴의 사랑을 지닌 새라의 영혼을 시험하는 듯하다.
연기들도 좋은데 특히 브로디의 사나운 정열적인 연기와 맥다월의 그것이 좋다. 엘리 슈라키 감독. 현재 상영중인 또 다른 보스니아 내전을 그린 오스카 외국어 영화상 후보작 ‘임자 없는 땅’(No Man’s Land)과 비교해 보면 좋을 것이다. R. Universal Focus.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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