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축구로 다져온 심신단련 덤으로 ‘하나됨’ 배우고...

2002-03-0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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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의 주말나기

▶ <박지윤 객원기자>

지난 1월 패사디나 로즈보울 구장에서 있었던 골드컵 경기 이후 미국 내에서도 월드컵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공 하나만 가지면 양 팀 선수 22명은 물론이고 구경하는 이들까지 덩달아 즐길 수 있는 축구. 그래서일까. 선진국보다는 조금 못 사는 개발도상국이, 합리주의적 개인주의가 팽배한 나라보다는 이웃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아야 속이 시원한, 공동체적 성격이 강한 나라가 축구에 강한 것은.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골프가 없었어도 심신의 건강을 키울 수 있었던 데는 축구의 공이 컸던 것 같다. 부산 동래 중학교 시절 청룡기쟁탈 전국 중고등학교 축구대회에 출전해 날쌔게 구장을 종횡무진 하던 축구팀의 멋진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신재주(50·의류도소매업). 그 날 이후 밥만 먹으면 공을 차며 기량을 닦아 학교 축구부에 들어가면서 그와 축구의 질긴 인연은 시작됐다. 처음 박힌 자리 평생 간다고 그때나 지금이나 포지션은 미드필더이다.

축구가 골프보다 좋은 까닭은…. 무엇보다 운동을 시작하는 데 드는 경비가 적다는 것. 발 편한 운동화, 셔츠와 팬츠만 있다면 공이야 11명이 공유하면 되니 이처럼 경제적인 운동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 남자라면 코흘리개 시절 좁다란 골목길에서 공 차고 놀던 것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축구팀, 군대에 이르기까지 축구공 한 번 차 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조기축구회 회원인 그는 주말 오전, 찬바람을 가르고 조깅과 준비운동으로 몸을 덮인 후 본격적인 게임에 들어간다. 모든 신경을 얼룩무늬 공 하나에 집중하고 뛰다보면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약 두시간 정도 경기를 치르고 나면 전신이 나른해져 올만큼 축구는 운동 강도가 높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님을 그는 축구를 통해 배운다. 개인기가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회원 모두가 마음을 하나로 모으지 않으면 팀의 기량으로 연결될 수 없는 법.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보이는 포지션일지라도 없어서는 안될 위치라는 깨달음은 미물들에 대한 존경과 사랑으로까지 이어진다.
연세대학교 동문이기도 한 그는 매년 가을 연고전 축구대회가 열릴 때 팀의 주장으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축구로 인해 그의 삶에는 반백의 나이에도 용솟음치는 패기와 뜨거운 열정이 함께 한다.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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