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말 한국을 찾았던 선교사들이 조금은 유난스럽게 테니스를 치고 있을 때 도포 자락에 갓을 우리 양반네들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 그 힘든 일을 아랫것들 시키시지 왜 몸소 하느냐"고. 그 양반들 눈에 그렇게 보인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 것 같다. 아직 아침 이른 시간,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코트에서 15분 남짓 뛰고 난 스티브 김(53·Alcated Venture 대표)씨의 코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힌 것을 보니 테니스의 운동량이 결코 만만치 않다.
테니스 코트가 있다는 이유로 저택 구입을 망설이지 않은 만큼 그의 테니스 사랑은 각별하다. 대학 때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사로잡히는 골프에 20여 년의 세월을 빼앗겼다가 다시 라켓을 잡은 게 약 두 해 전이다.
아직 혈기가 왕성하기 때문일까. 골프보다 조금은 격렬함이 있는 테니스가 훨씬 좋은 건. 3시간 정도 치고 나면 몸이 훨씬 가벼워진 것을 느낄 만큼 테니스는 운동 효과가 만점이다. 운동도 즐거워야 하는 것. 그저 달리거나 걷는 것보다 친구들과 함께 공을 쫓아다니는 테니스는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 좋다. 당구를 치더라도 가치 담배 내기를 할 만큼 승부 욕이 강한 건 한국 남자들의 공통점. 달리 내기를 하는 것도 아니요, 트로피가 걸린 것도 아니지만 뭐든지 시작하면 이기고 봐야 하는 성격이라 매번 게임에 최선을 다한다.
테니스 코트가 있다 보니 주말 오전이면 운동과 삶을 함께 나누는 친구들이 그의 집으로 모여든다. 흰색 유니폼을 차려입은 네 사나이들이 공을 주거니 받거니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마치 4중주를 엮어 내는 것처럼 멋져 보인다. 베르톨루치의 영화 ‘마지막 황제’에 나왔던 푸이와 그의 가정 교사 역시 테니스를 즐겼다. 그의 친구들 모두 테니스 치는 주말 아침을 학수고대한다고.
라켓에 털 복숭이 공이 닿아 만들어내는 명쾌한 소리와 함께 일주일간 쌓였던 스트레스는 멀찌감치 사라진다. 테니스를 치고 난 후부터 자연스럽게 체중 조절이 된 것은 물론, 온 몸에 힘이 쑥쑥 솟아 더욱 활력에 찬 생활을 하게 됐다. 게임을 마친 후에는 운동 열심히 한 몸에 대한 예우로 사우나를 찾아 마사지를 받기도 한다.
브라운 색 캔버스가 덮여 있는 코트 한쪽 켠 테이블 위에는 그의 아내 로빈씨가 정성껏 준비한 커피와 홍차, 그리고 크롸상이 곱게 놓여 있다. 그와 친구들은 한 세트가 끝날 때마다 이곳에서 목을 축이고 담소를 나눈다. 운동을 하고 나면 담백하고 맛깔스런 브런치가 그를 기다린다. 좋은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것 역시 그의 주말 보내기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
폴 세잔느, 마르크 샤갈의 오리지널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그의 집에는 그동안 모은 그림들이 거의 박물관 수준으로 조화롭게 벽을 장식하고 있다. LA 오페라 이사회의 일원이기도 한 그는 공연이 있을 때는 주말이건 주중이건 꼭 뮤직 센터를 찾을 만큼 오페라에 대한 열정도 어느 누구 못지 않다. 밀렸던 책을 읽으며 눈꺼풀이 무거워 오면 달콤한 오수를 즐기는 주말 오후,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어 맘껏 게으름을 부리는 그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듯 하다.jypark@korea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