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발루’(Tuvalu)
2002-02-01 (금) 12:00:00
▶ 한줌밖에 안되는 대사 재미는 표정과 몸짓에
▶ ★★★½
변덕스럽고 괴이하며 또 환상적이면서 초현실적인 동화 같은 영화로 넌센스이지만 자유로운 상상력과 영상미 그리고 주인공의 장난기 짙은 연기가 재미있다. 몇 안 되는 한 단어로 이뤄진 대사 밖에 없는 독일 영화인데 음향효과가 있는 무성영화인 셈이다.
괴상한 나라의 동화라고 할 영화의 무대는 끊임없이 비가 오는 폐허가 된 한 도시의 다 쓰러져 가는 대중탕(불가리아 소피아의 대중탕서 찍었다). 목욕탕 주인으로 장님인 칼(필립 클레이)의 아들 안톤(드니 라방)은 목욕탕 수선하느라 정신 없다. 입욕료는 단추로 받는데 고독하고 과격한 안톤의 꿈은 대양으로 나가는 것. 안톤은 매일 같이 욕탕내 높은 의자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위해 비치 파티 소음이 담긴 녹음 테입을 틀어 놓고 영업이 잘 되는 것처럼 꾸민다.
안톤의 속을 가장 썩이는 것은 살아있는 거대한 물고기 같은 펌프. 자율의지를 지닌 것 같은 펌프는 툭하면 고장이 나는데 이 펌프의 주요 부속을 놓고 안톤과 아름다운 처녀 에바(출판 하마토바)가 실랑이를 벌이게 된다. 욕조 내서 금붕어가 담긴 어항과 함께 놀기를 좋아하는 머리를 두 갈래로 딴 큰 눈의 에바는 이 부속을 훔쳐 자기 전마선 기계에 부착, 남해의 섬 투발루로 항해하는 게 꿈.
한편 목욕탕을 지키려는 안톤을 괴롭히는 것은 안톤의 형 그레고어(테렌스 길레스피). 그레고어는 이 대중탕을 부수고 거기에 새 건물을 지으려고 하는데 안톤의 끈질긴 저항으로 뜻대로 되지 않자 건물파괴용 중장비를 동원, 목욕탕을 박살낸다. 안톤은 비록 목욕탕은 구하지 못했으나 처음부터 서로 눈이 맞은 에바와 함께 전마선을 타고 남해로 떠난다.
내용은 이렇지만 이 영화는 얘기를 위한 영화가 아니다. 먹물(실내 장면)과 푸른색으로 교차되는 이해하기 쉽지 않으면서도 즐겁고 자유분방한 꿈과 같은 영화다. 상상의 마음 문을 활짝 열고 영화의 소리와 영상이 인도하는 대로 유영하고 비상하면서 따라다니다 보면 얄궂은 재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연기들은 무성영화처럼 모두 과장됐는데 르방의 채플린 닮은 연기가 영화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R. Indican. 2월7일까지 뉴아트(310-478-6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