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녀가 함께 치는 골프 꿈은 어느새 ‘LPGA’로

2002-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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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람의 주말나기

박지은, 김미현. 우리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만드는 여성 프로 골퍼들이다. 날 때부터 골프채를 들고 태어난 것도 아닌데, 첫째와 둘째 차이가 하늘과 땅인 프로의 세계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들이 얼마나 피눈물 나는 연습을 했을까. 본인들이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하나의 골프 스타가 탄생하기까지 주변 사람들, 특히 부모가 얼마나 많은 희생을 해야하는지 장종균(51·전주 한일관 대표)씨는 헤아릴 수 있다. 왜냐하면 바로 그가 미래의 김미현을 키워내고 있으니까.

장종균씨가 골프장에서 온전히 주말을 보낸 지도 벌써 4년째. 남들은 팔자 좋다며 그만큼 골프장에서 시간을 바쳤다면 싱글은 족히 넘었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래 늘긴 늘었다. 다만 실력이 향상된 이가 본인이 아니라 딸이라서 그렇지.

남들 다 하는 골프를 뒤늦게 시작하면서 혼자 치러 가기도 미안해 딸에게 슬쩍 권했을 뿐이었는데 한번 골프장에 따라온 딸 장모아(17)양은 첫날부터 골프에 폭 빠져버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나서니 부모 된 그는 딸을 도와주는 수밖에.


그의 일상은 딸과 함께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아침 7시면 딸을 학교에 태워다 주고 수업이 끝날 때쯤이면 차를 태워 골프 연습장이나 필드에 데려다 준다. 어두워지면 실내 골프 레인지로 가 연습을 하도록 하고 그후에는 체력단련을 하도록 헬스클럽에 데려다준다. 주말은 일찌감치 일어나 18홀 코스를 함께 돌고 나머지는 레인지에 데려가서 또 연습. 시간 당 사례가 만만치 않은 코치에게 레슨도 받게 하고 있다.

친구들이 저녁이나 술내기 골프를 치느라 재미가 쏠쏠한 것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는다. 딸과 골프를 함께 치는 주말 오전, 싱그러운 풀 냄새를 폐부 깊숙이 들여놓는다. 평소 TV 중계와 잡지를 열심히 분석해 다른 프로골퍼들의 기량에 대해 설명해 주면 모아는 시험을 봐도 100점을 받을 만큼 열심히 듣고 또 그대로 따라한다.

AJGA (American Junior Golf Association) 경기가 열리는 곳으로 원정 경기도 자주 떠난다. 여행을 다니며 또 평소 함께 골프를 치며 두 부녀는 참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아빠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 모아는 작년 8월, 오하이오의 바타비아에서 열렸던 AJGA 대회에서 전국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몇 년 후, LPG에서 그녀가 골프채를 멋지게 휘두르며 우리들의 어깨를 또 한 차례 으쓱하게 만들어 줄 것을 소망해 본다.

<박지윤 객원기자>jy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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