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웨스트 LA 리틀 도쿄 ‘소텔 블러버드’

2002-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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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외국타운 순례

▶ 일본 유학생들 몰리는 ‘젊음의 거리’

남가주 곳곳에는 외국 분위기를 풍겨주는 이색타운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남가주에 사는 재미중 하나가 바로 이런 곳을 찾는 것이며 이것만으로도 색다른 문화체험이 얼마든 가능하다. 매달 1회씩 남가주의 외국타운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싣는다.


웨스트 LA의 리틀 도쿄 ‘소텔 블러버드’(Sawtelle Bl.)는 거의 1세기에 가까운 전통적인 재패니스-아메리칸 문화가 LA 웨스트사이드의 싱싱한 젊음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인근 샌타모니카의 대형 샤핑몰과 UCLA 대학촌 웨스트우드에 사이에 묻혀 주위를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그 모습이 쉽게 노출되지는 않고 있지만 소텔은 남가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일본인 거주지로 그들만의 독특한 생활상이 거리 곳곳에서 은근하게 스며 나오고 있다.


지난 1910년 일본 이민자들이 이 곳에 정착하면서 가락국수 식당과 일본 구멍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소텔의 시초. 지금은 레스토랑, 마켓, 의류점 그리고 비디오 가게 등 100여개의 업소들이 자리 매김을 하면서 다운타운 리틀 도쿄와 가디나에 이어 남가주에서 3번째로 큰 일본 거리로 부상했다.

90년을 넘게 이 곳을 지켜온 일본식 상가 건물들과 최신 미니몰들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 소텔은 특히 유학생 등 젊은 일본인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데 인근 오피스 건물의 백인들도 적지 않게 이 곳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소텔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 중 하나는 최근 한인 제임스 송씨(34)가 인수한 ‘아사히 라면’. 20여개 테이블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는 이 식당의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없어 업소 밖으로까지 고객들이 줄을 선다. 10여명의 종업원들과 함께 주방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직접 야채를 볶고 있던 송씨는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욕심을 내오던 업소였는데 마침 6개월 전에 매물로 나와서 인수하게 됐다"며 "까다로운 일본인과 백인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다보니 마진이 적은 것이 흠이지만 라면이 맛있다면서 국물까지 깨끗이 들이키는 손님들의 모습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한다.

다운타운 일본타운에 한인들이 꾸준히 진출하고 있듯이 소텔에도 한인업주들이 최근 급증하고 있는데 식당은 물론 세탁소, 마켓, 비디오 가게 등 이미 10여개 업소의 주인이 한인이다. 이 곳 한인들의 공통점은 절대 ‘한국사람’으로 드러내고 행세하지 않는다는 것. 혹시나 일본 고객에게 반감을 사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곳에서 가장 오래된 상가의 건물주이자 사추마 도자기점의 오너인 소텔의 터주대감 단 사카이는 한인들이 소텔로 들어오는 것을 적극 환영한다. 일본인 3세인 사카이는 "우리 자녀들만 해도 더 이상 이 곳에서 장사를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성실하고 친절한 한인 업주들이 소텔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자본이 유입된 것은 물론이고 타운이 더욱 활기차게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추마 도자기점’은 규슈 지역에서 생산된 히젠 도자기를 판매하고 있는데 히젠은 한인 도공 이산배가 지난 1616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자기 기술을 전술하면서 만들어진 식기들이라는게 사카이TL의 설명. 그는 "현재 일본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리틀 도쿄에 비해 소텔은 주류사회를 공략하는 마케팅 전력을 펴고 있기 때문에 오랜 기간 비즈니스 디스트릭으로 남아있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낮 점심식사 고객들로 부산스러웠던 소텔은 해가 지면 젊은층들을 위한 유흥가로 변모한다. 한국 노래도 있는 유유 노래방(Yuu Yuu Karaoke Studio)에는 아마추어 가수들의 무대가 만들어지고 술값이 상당히 저렴하기로 유명한 블루 말린(Blue Marlin) 카페에는 일본식 포장마차의 분위기를 선호하는 주당들로 테이블이 메워진다.

니지야(Nijiya) 등 대형 일본 마켓에서는 싱싱한 식품들이 진열되어 있는데 가격은 역시 한인타운의 마켓들보다 비싼 편. 분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이 곳을 둘러볼 만하다. ‘야마구치 본사이’는 일본 본토까지 명성이 자자한 분재 식물원이다.

가는 길
한인타운에서 올림픽을 따라 서쪽으로 약 20분 정도 가면 405번 프리웨이를 지나서 소텔 블러버드가 나온다. 여기서 우회전 약 3블럭 정도가 일본타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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