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달밤>과 <슈렉>이 올 여름 확실히 ‘사고칠’ 분위기다.
두 작품이 갖고 있는 흥행성이 각각의 장르에서 신기록에 근접하거나 깰 수준이다. <신라의 달밤>(좋은영화, 김상진 감독)이 속한 코미디 장르와 <슈렉>(드림워크스)의 애니메이션에선 아직까지 서울 100만 명 이상 관객을 기록한 영화가 없다. <주유소 습격사건>과 <라이온 킹>이 각각 100만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 좌절을 <신라의 달밤>과 <슈렉>이 각각 깰 태세다. 두 작품이 주는 재미가 <주유소 습격사건> <라이온 킹>을 웃도는 수준이다.
<신라의 달밤> 차승원 김혜수 이종수 등이 엄청 웃긴다. 이들을 앞장 세운 영화는 ‘웃기기도 힘든데 무슨 의미까지 찾느냐. 그냥 한 번 웃자’ 고 권하는 작품답게 일단 상당한 웃음을 보장한다.
방법도 단순하다. 개성 강한 캐릭터를 더욱 강하게 다듬은 다음 이 캐릭터들을 연속 충돌시켜 자연스럽게 웃음을 터뜨린다.
짙은 눈썹을 씰룩이며 살짝 살짝 ‘오버’하는 차승원과 이종수, ‘눈물 찍 콧물 찍’으로 파출소 경찰에게 읍소하는 김혜수 등은 웃길 뿐 아니라 귀엽다.
적당한 반복으로 웃음 코드를 확보하는 김상진 감독의 연출 또한 억지스럽지 않아 반갑다.
이 모든 즐거움도 이성재가 차분하게 버텨준 덕택에 가능했다. 이성재는 수시로 튀고 싶은 유혹을 억누르며 이야기를 안정감 있게 만들어, 동료들이 마음껏 웃길 수 있는 마당을 제공했다.
<슈렉>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영화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 작품이다. 기존 동화 또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조롱과 뒤집기를 작정한 티가 역력하다.
작정한 뒤집기 덕택에 <슈렉>은 곳곳에서 엽기에 가까운 느낌을 안겨주며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훨씬 더 웃기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
<슈렉>은 이 때문에 미국 흥행에서도 <미이라2>를 제치기도 했으며, 칸 국제영화제에는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사상 처음으로 본선 초청을 받기도 했다. 흥행과 작품성 모두에서 인정받았다는 반증이다.
<슈렉>에선 <미녀와 야수> <글래디에이터> <와호장룡> <매트릭스>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숱한 명작들을 패러디 한 장면이 많으므로, 이를 비교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다.
정경문 기자 moonj@dailysports.co.kr